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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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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사이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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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22-10-09 19:07

본문

사이

=김병호

 

 

    개미에게 물었다. 네가 일생을 바치는 거대한 집은 네게 무어냐고, 개미는 울었다. 질문은 슬픔을 향한다면, 길이 물었다. 자신이 몸 뒤챈 흔적을 따르면 어디냐고. 이를 악물었다. 바닥으로 퇴행할 수 없는 이들의 생은 그 속성 때문에 외면할수록 더 많은 세상이 헐벗고 드러난다.

 

 

    밤으로 허공을 메우고 그 위에 버려진 불가능한 미래들이 산을 이룬 곳. 유령인 줄 모르고 내 처음 여자의 가슴을 질근잘근 씹던, 체온을 주고 대신 싸늘한 날숨을 허겁지겁 삼킬 때 첫눈이 날파리처럼 떠돌던 그곳에서 하필, 나 눈 떴네

    가능한 미래는 가능한 모든 과거들이 간섭한 얼룩이라네 강산(强酸)에도 삭지 않는 건 시간과 기억의 질량과 이 둘이 중첩된 그림자

    얼룩에 발 걸려 무거운 몸 넘어진 밤, 일어나지 못한 기슭, 눈 뜬 곳에서 하필, 계절의 마지막 눈이 나를 봐버린 그래서 복기할 수 없는, 하필

 

   얼띤感想文

    시인의 연작시로 보인다. 마치 소설처럼 써 내려간다. 이 중 한 대목을 잘라 보았다. 시간상 잠깐의 대화처럼 이 저녁을 모래사장 거닐 듯 타자를 보기 위해 타자하며 개미의 행진을 부추겨 본다. 시에서 언급한 개미는 일반적으로 새까만 글의 움직임을 상징한 시어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어쩌면 독백처럼 들린다. 네가 일생을 바치는 거대한 집은 네게 무어냐고? 질문하고

    그러면 길은 시적 화자인 셈이다.

    바닥으로 퇴행할 수 없는 이들의 생은 그 속성 때문에 외면할수록 더 많은 세상이 헐벗고 드러난다. 시의 작용이다. 그러는 가운데, 글을 쓰는 화자를 본다. 그것은 곧 글을 쓰고 있는 자를 대변하기도 해서 도로 우리에게 묻는 것과 같다. 나에게 남은 꿈이 있다면, 다 허물어 가는 집을 바르게 세우고 그러기 위해선 집을 지어야겠다고 언젠가 마음먹었다. 시집이 아니라 진짜 집을 말이다.

    다음 단락은 시인의 탄생과정을 묘사한다. 밤과 허공은 대조적이다. 불가능한 미래가 겹겹 쌓아 올린 산과 여자 또한 대조적이다. 체온을 주거나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곳은 또 하나의 여자에서 하나의 승화를 말한다.

    미래와 얼룩, 얼룩은 곧 여자의 가슴을 질근잘근 씹던 작용에서 오른 날개 거나 새다. 그것은 체온과 날숨의 작용으로 시간과 기억의 질량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이의 과정을 거쳐 중첩된 그림자를 생산하는 일련의 운동으로 보아도 좋겠다. 시는 곧 그러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복기할 수 없는, 어쩌면 영원한 죽음의 세계 수평선으로 귀의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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