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들의 모험 13-나의 달은 매일 운다 =곽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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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2-10-09 21:16본문
불한당들의 모험 13-나의 달은 매일 운다
=곽은영
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땅, 귀를 씻고 이곳에 왔어요 구두를 벗고 맨발로 왔어요 낯선 언어들이 음악처럼 들리는 곳 당신들은 왜 나를 잡으려고 했을까요 이해하고 싶어라는 징그러운 거짓말의 덩굴 가위로 덩굴을 자르는 대신 쥐며느리처럼 몸을 말고 빠져나왔죠 당신들의 입맛대로 내 이름은 노랗다가 파랗다가 한 번도 진짜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거울 속 나는 그때그때 달라서 말하기 곤란했을 뿐인데 우리들은 모두 번쩍번쩍한 태양을 머리통에 박고 살지요 죽은 엄마는 달의 감정을 내 가슴에 달아주고 떠났어요 여느 엄마처럼 나는 달의 눈물을 말하고 싶었으나 태양의 빛이 너무 강렬하기에 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이곳 빗소리가 아름다워요 푸른 앵무새는 고맙게도 매일 축축한 흙냄새를 물어와요 나의 달은 매일 울어요 비밀은 없죠 이곳의 언어가 하나둘 글자로 굳어지자 오해도 큼지막하게 쌓여 대문을 틀어막았네요 이제 나는 눈물이 되어 흘러나갈까요 가슴의 달은 둥둥 떠서 언제까지고 흐르겠죠 갈래머리를 땋았다가 올렸다가 거울에게 물어봐요 나의 몸은 납작하지만 등 뒤는 깊고 깊은 세계 그리고 울고 있는 나의 달
울고 있는 나의 달
얼띤感想文
이 시는 전반적으로 시 인식 부재에 대한 시적 묘사로 이룬다. 나의 몸은 납작하다 그러나 등 뒤는 깊고 깊은 세계라며 묘사한다. 그러니까 알 수 없는 존재다. 그 납작한 세계는 일 년 내내 비가 내린다. 사실 천만다행이다. 일 년 내내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들도 사실 많으니까, 비가 내린다는 것은 어떤 교감의 대시다.
귀를 씻는 행위와 구두를 벗는 것 거기다가 맨발로 오는 행위는 그 어떤 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려는 행위와 아예 걷지 않겠다는 반항적인 의사표시와도 같다. 그러면서도 징그러운 거짓말의 덩굴 가위로 덩굴을 자르는 것은 어쩌면 죄의 행사나 다름없겠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반항적 표현으로 화자는 쥐며느리처럼 빠져나왔다고 했다. 쥐며느리는 절지동물의 일종으로 다족류다. 그것처럼 시의 분산과 여러 갈래를 상징한다.
내 이름은 노랗다가 파랗다가 거울 속 나는 그때그때 달라서 말하기도 곤란하다. 이는 화자의 웅변이 아니라 화자를 대하는 시적 객체가 본 느낌을 대변하는 것으로 묘사한 내용이다. 태양을 머리통에 박고 산다. 여기서 태양은 시적 객체가 된다. 그러면 시적 주체는 달의 감정을 가진 나며 나에 대한 묘사는 시가 끝맺을 때까지 계속된다.
가령, 달의 눈물을 말하고 싶었다거나 빗소리가 아름다웠다거나 푸른 앵무새는 고맙기만 하고 축축한 흙냄새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화자가 그린 달은 다만 울기만 하고 비밀 같은 건 없지만, 이해 못 하는 덩굴 가위손(시적 객체)에 인식 부재에 가슴만 답답하기만 하다.
가슴의 달은 둥둥 떠서 언제까지고 흐르고 말겠지만, 거울 앞에 서서 한번 물어봐라, 그게 진짜인가 하며 자문자답처럼 닿지만,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화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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