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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밤을 건너는 손바닥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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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7회 작성일 22-10-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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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건너는 손바닥

=박은지

 

 

    “그래도 무언가 배운 것 같아” “실패에서도 배우는 게 인간이래눈이 내리지 않아도 누군가는 미끄러졌다 부서진 햇빛이 창문에 닿으면 쏟아지는 잠 눈을 감으면 그림자처럼 어른거리는 빛 가끔 꿈에 들르는 친구들은 나의 팔다리를 들고 서성이다가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야 같은 말을 다정하게 속삭였다 더운 나라에서 지도 없이 걷는 것을 좋아했어 땀 범벅이 된 등을 따라 걸으면 두 개의 그림자가 모두 내 것 같았어 그럴 땐 어떤 말도 필요 없었는데 친구들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들어 창밖으로 내밀었다 쏟아지는 비가 손바닥에 고이고 나는 소파 아래에 앉아 편지를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편지 대신 아무렇게나 누워 있던 다리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홍합 스튜와 와인, 페퍼로니 피자, 또 무엇인가를 잔뜩 사 들고 온 친구들은 모두 배부르게 먹고 죽지 않을 정도로 취했다 겨울이 다 가도록 춤을 추면서 작업이 중단된 공사장을 구경하거나 강가의 얼음이 녹았는지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음이 반짝일 때 누군가는 엉엉 울며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라고 욕을 하고 반쯤 무너진 케이크를 먹었다 컵이 깨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편지가 도착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미리 정해 둔 답을 여러 번 되뇌기도 하면서 낮의 길이가 길어지자 친구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아득해진 웃음소리에 괜히 마음이 충만해져 턱 끝까지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창문을 닦는 소리 깨어나 몇 걸음 내딛다 쓰러졌고 화장실 타일은 멀쩡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나는 손바닥에 고인 물을 보며 그래도 무언가 배운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얼띤感想文

    일기를 거울 앞에 서서 쓴다면 이와 같을까?

    이른 아침 자명종이 울렸다 정각 6, 순간 벌떡 일어난 이 느낌은 밤새 꾹꾹 다지며 걸었던 발을 비우기 위해 화장실 문을 당기게 했다 허기가 일었던 허기의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 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열어보고 가는 저 느낌 그냥 슬리퍼를 신으며 밖으로 나온 벽두, 열두 계단을 밟으며 내려온다 바닥엔 새벽의 신문이 와 있었다 밤새 쏘아댔던 미사일 이야기와 아름다운 나라에서 들려오는 폭락의 기쁨은 바닥이 멀어 가능한 얘기를 미리 알려주기도 해서 옥상에 앉은 저 까마귀 떼가 친근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냥 걷기에는 출출한 배라서 내 작은 주방은 파프리카 쓸며 사과를 쓸어보는 믿음에 마요네즈 듬뿍 짜 넣고 포크로 비빈 구름에 구름은 잊혀져 갔다 배가 불렀다 날씨가 더욱 맞지 않아 무엇 하나 더 껴입어야 할 거 같았지만 늘 입던 반소매에 검정 재킷만 두른 검정 구두는 문을 닫고 나온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오늘 오늘을 가졌잖아 그러면 돼서 두 주먹 불끈 쥐며 지우지 못한 졸음을 튼다 고개 저으며 기억을 툭툭 눌러 박는다 뒤로 빼고 앞으로 나가 결국, 오른쪽으로 틀고 마는 죽음의 일터 보험 어디론가 끌려가는 차는 여러 대라서 휘석 아닌 휘석 되어버린 모하비의 출정은 그칠 줄 모르고 어느 길 자락이든 가로수 밑 떨어진 은행알 죄다 터트리며 가다 푹푹푹 오른 똥내에 굳이 향까지 묻혀 오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길에서 그래 맞아 인생은 정답이 없어 희미한 볼륨만 높여 간다 오늘도 여지없이 안주할 곳도 없는 지하주차장, 타고 싶지 않은 승강기에 피로와 염증은 타들어 가고 거기 꿋꿋하게 선 미소 띤 지점장, 눈 돌린 피로가 시 이익 손등을 보이며 입을 가리며 헛기침하면서 아! 일찍 나오십니다 느리게 조용하면서도 군중의 눈을 살피다가 그래 맞아 난 좆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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