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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창문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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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회 작성일 22-10-11 22:33

본문

어제의 창문

=김상미

 

 

    나는 어제의 사람. 어제의 여자, 어제의 사랑. 모든 내일의 그림들을 끌어모아 어제의 벽에 붙이는 사람. 언제나 어제 속에만 기거하는 사람. 함께 노는 사람들도, 시도, 음악도, 놀이터도, 책도 모든 게 다 어제의 것들뿐. 아무리 오늘의 태양 아래 나를 발가벗겨 세워 놓아도 나를 태우는 건 오늘의 태양이 아니라 어제의 남은 빛들. 어제의 꿈, 어제의 이야기들.

    나는 내일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피투성이 암흑 속을 걷고 또 걸어 오늘의 수돗물에 피 묻은 몸을 씻고 어제의 꿈들로 내 몸을 소독하는 사람.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내일의 열렬한 정사情事에도 오늘 불붙어 타오르는 열정에도 누군가의 뜨겁고 지독한 훈수에도 상관없이 묵묵히 피투성이 암흑 속을 걷고 또 걸어서 어제로 가는 사람. 가고 또 가도 그 길이 그 길이고 세상 최악의 불청객인 내일의 빛들이 불타는 내 희망 속에 숨죽인 꿈들을 산산조각내어도

    나는 그냥 어제처럼 왈츠나 추며 쓰러진 자들은 손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목마른 자들에겐 내 피를 마시게 해주고 벌벌 떠는 자들에겐 내 외투를 벗어주고 길 잃은 자들에겐 친절한 길을 가르쳐 주며

    계속되는 4분의 3박자의 그 리듬 속에서 그 리듬이 열어 보이는 새봄과 푸른 꽃으로 뒤덮인 초원과 목숨이 아홉 개인 길고양이들이 몇백 년 된 탄식의 나무 위에서 한껏 몸 부풀리며 밟는 그 스텝 속에서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숙녀들처럼 환히 웃는 사람.

    내일의 피투성이 문명은 죽은 자들의 뼈 위에서 끊임없이 세워질 테고 오늘의 피투성이 사랑은 그것을 토해낸 자들의 입술 위에서 다시 태어날 테니 나는 그저 어제의 리듬대로 왈츠나 추며 검은 시간의 유리잔 안에 들어 있는 죄 많은 모래 알갱이들이 날마다 내일이라는 환상을 퍼 올리다 주저앉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하염없이 쏟아지는 걸 바라보는 사람.

    어차피 내일이란 뼛속까지 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그들과 상관없이 나는 어제로 가는 사람. 언제나 가파른 어제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이 세상 모든 지나간 꿈들을 모아 왈츠나 추는 사람.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내일의 비명들이 가차 없이 닫아버린 어제의 창문.

 

   얼띤感想文

    어제는 자리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해요 미래가 없는 시간에 대해서 아니 미래가 불확실한 시간에 대해서 꿈은 있지만, 그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어제의 몸으로 어제와 같은 창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오늘 본 태양은 어제 본 태양처럼 반복적입니다 어제처럼 다녔던 그 일과 조금도 뒤틀리지 않은 통화와 통화를 건네며 마치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마치 일어날 것 같은 객기로 얼버무린 시간은 아니었는지

    어제는 지나갑니다 그리고 문을 열며 자리에 앉아 항상 너는 그랬어! 전에도 나에 관한 감정을 못 느끼겠어, 그러면서도 안 좋게 실수를 많이 했잖아 종이 남자 친구가 왔잖아 건네지 말아야 할 통화는 끝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내일의 피투성이를 미리 세워보는 일은 쓸데없는 감정을 억눌러 놓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내일은 어제처럼 지나갈 것입니다 아니 지나갑니다 늘 어제였으니까요

    어제는 앉은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다리를 뒤틀다 꼬며 앉아 어제처럼 차를 마십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을 어제처럼 얘기하다가 트림을 합니다 어제처럼 김치찜 먹었던 게 분명합니다 순간 어제처럼 공기가 뒤엉킵니다 어제의 묵은 일과 어제의 그린, 어제의 지팡이를 들고 어제의 자세로 꼿꼿하게 서서 어제의 그 공을 때려 올렸던 양 어깨의 힘을 느낍니다 저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간 날개의 관념과 도도함에 대해서 퍽 퍽 퍽 깨뜨린 창문의 위안과 날아간 중압감을 보며 어제는 안 그랬어! 정말이야 전술 아닌 어제의 전술로 겨냥한 저 민둥산에서 죽 미끄러져 내린 어제의 지휘봉은 눈빛을 잃습니다

    어제처럼 감출 수 없었던 이 타격용 로켓과 로켓들 어제의 장거리 포병을 종이 위에 처바를 것인데 다만, 돌아다니는 자 어제의 분신은 어제의 환영으로 붉게 타오르는 연탄 위에다가 어제의 무용담이나 뒤집어 놓다가 한 술 치는 사람

    어제의 그릇이 작아 어제처럼 손절매한 사람, 어제를 좀 더 깊게 생각하고 한번 스친 일도 신중하게 어제의 방향을 읽었더라면 담은 저절로 비웠을 텐데 어제의 점을 찍고 어제처럼 바라본 내일의 꿈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나에겐 그들과 다른 창문이 하나 생기겠죠

    어제의 창문 위에 어제를 겹쳐두고, 어제의 창문 사이에 순간 잊었던 어제를, 어제의 두부를 어제의 쟁반 위에 놓고 그러다가 나는 어제의 창문을 벽에 걸어 놓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창문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통풍은 오며 무릎은 펴질지 종이의 질투가 없는 우루과이 통상협정을 맺어 상한가 치는 날을 기대해 보지 않을까요

    아직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여기에 머문 어제의 얼굴은 조심스레 어제를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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