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의 저쪽 =김미령
페이지 정보
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2-10-12 16:28본문
벽의 저쪽
=김미령
진주조개처럼 연필심을 혓바닥에 올려놓고 침이 고이도록 달려가겠습니다 손바닥 위에 커튼을 내리고 비운의 마리오네트를 처형하겠습니다 냉각점이 다다를 수 없는 곳에 열두 마리의 입김을 풀어 놓고 얼어붙은 갈기를 날리겠습니다 도달하였습니까? 네 눈물에? 충돌하려면 아직 멀었습니까? 저쪽 벽의 너는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가끔 대답하고 쿵, 잘못 부딪혔다 헤매는 듯 잠잠하고 코트라는 거대한 영혼을 교수대에 너무 오래 매달아 놓았습니다 장롱 속에서 너무 많은 주파수를 낭비해서 배가 몹시 고픕니다 매일 작은 곤충의 눈알 크기를 재거나 본 적 없는 동식물의 기다란 학명을 외우고 무언가를 수없이 읊어서 부스러진 입술같이
鵲巢感想文
시제 ‘벽의 저쪽’, 여기서 벽은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말한다. 그러니까 차안이 고통이 머문 현실 세계라면 피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 세계관, 현실 밖의 세계다. 그러면 현실 세계에서 논하는 언어와 피안의 세계에서 소통하는 언어와는 꽤 이질적이겠다. 시는 또 마음이라서, 시인의 마음을 구태여 읽는다면 그건 또 읽는 자의 마음이 아닐까! 진주조개에서 진주는 하나의 구체다. 조개는 화폐를 상징하며 소통이나 통용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시 첫 문장에서 얼핏 본다면, 돈이 되면서도 완벽한 시심을 갖추는 게 어쩌면 시인이 노력이라 그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비운의 마리오네트, 마리오네트는 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으로 관절마다 묶은 끈 그것으로 움직이는 인형 그것은 또 신의 작용과 인간의 숨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심이겠다. 열두 마리의 입김, 왜 열두 마리의 입김이라 했을까? 사계에서 더 나가 십이 사도는 아니겠지만, 1년 열두 달을 강조하며 쓴 것은 아닐까! 비운의 마리오네트와 같은 부드럽지 못한 관념적 사고에서 현실 세계에 대한 이행의 꿈같은 실현으로 말이다. 그것은 연중 내내 오는 것이라서 거기서 나는 갈기, 즉 사고다. 코트라는 대한 무역진흥공사의 약자로, 아마 취업에 대한 욕망으로 보이기도 하는, 장롱 속 파일은 잠잠하고 연락은 없고 현실은 궁핍하기만 해서 궁핍한 세계의 모면을 위한 시인의 몸부림은 다만, 시적 시심에 대한 기도와 귀의하는 입술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