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초상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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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회 작성일 22-10-14 01:17본문
에코의 초상
=김행숙
입술들의 물결, 어떤 입술은 높고 어떤 입술은 낮아서 안개 속의 도시 같고, 어떤 가슴은 크고 어떤 가슴은 작아서 멍하니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 같고, 끝 모를 장례 행렬, 어떤 눈동자는 진흙처럼 어둡고 어떤 눈동자는 촛불처럼 붉어서 노을에 젖은 회색 구름의 띠 같고, 어떤 손짓은 멀리 떠나보내느라 흔들리고 어떤 손짓은 어서 돌아오라고 흔들려서 검은 새 떼들이 저물녘 허공에 펼치는 어지러운 군무 같고, 어떤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꿈에서 보는 것 같고 어떤 얼굴은 영원히 보게 될 것 같아서 너의 마지막 얼굴 같고,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것 같아서 살아 있는 얼굴 같고,
얼띤感想文
에코는 반향 혹은 메아리다. 초상肖像은 여기서는 비치거나 생각되는 모습이겠다. 한 세계를 이룬 군상들이다. 인간 세상, 미사일 쏘는 사람이 있고 군비를 감내하면서도 지원하는 쪽이 있다. 주가는 내려가고 물가안정은 아직도 멀어만 보인다. 연준의 이자율은 가파르게 올려, 세계 경제는 바닥을 치닫고 있으며 국가 간 자국 통화의 안정을 위한 각국 통화정책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 기획사에선 각종 인쇄물로 넘쳐나고 그렇게 붐비든 카페는 어느새 조용해졌다. 모두 인간들의 군상이다.
오늘도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의 사체를 보았다. 카페에 가면 또 한두 마리씩 몰려다니는 고양이도 있고 집 앞 어느 전주 밑에 서성이는 고양이도 있다. 밤새 자동차 엔진 밑에서 곤하게 자는 고양이 새끼도 있고 사람만 보면, 줄행랑치는 고양이도 있다. 모두 고양이다. 하나의 개성이 없는 하나의 무리로 단정할 수 있는 에코의 초상이다. 그러고 보면 우주는 참 신비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이른 생물을 갖게 했을까, 우주의 진정한 끝은 어디며 내세는 어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만약 있다면 말이다. 누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마치 인형 놀이 같은 이 세상의 목소리 보고 듣고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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