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을 베고 잠이 들었다가 깃털이 옮겨 붙은 채로 걸었다 여름 바닷가였다 너는 개를 싫어하는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왔다 기다리라고 말했다 흰 발등을 가진 사람들이 오가는 해변은 검은 발자국으로 자욱했다 돌아보는 얼굴과 흔들리는 꼬리로 가득한 해변에서 발이 없는 것처럼 기다리는 그런 개를 두고 걸었다 기다리는 개의 마음은 다른 개들을 쉽게 지운다 너의 개는 한여름 광안리에서도 유일한 개가 되어 엎드릴 수 있다 너무 큰 날개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천사 이야기를 알아? 걸음마다 모래에 빠진 발을 꺼내면서 나란히 비틀대던 네가 물었다 신발 끝에서 모래가 흩어진다 모래에 섞인 것들이 해변의 불빛을 쪼개고 있다 수평선 근처에서 터지다 만 불꽃들은 달빛과 뒤엉키고 있다 바닷가에선 싸구려 불꽃도 이상하게 아름다워 사진으로 본 아름다운 것들은 다 잊자 기다리는 것이 오리라는 것을 그 개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것 같다 보도블록이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개는 꼬리를 흔든다 병 조각이며 마른 밥알, 깃털이 섞인 모래알이 잔뜩 따라붙은 날개의 천사가 똑바로 걷고 있다 잠에서는 깃털 하나하나가 새라도 된 것처럼 날아다녔다
*시몬 베유.
얼띤感想文
앉아 있었다 깜빡거리는 커서만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균열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지워져 갔다 두 개의 구체가 재바르게 피하며 미끄러져 갔다 이에 맞게 햇빛은 정체의 길에 안도했다 다시 커서가 멈췄다 멍한 연어처럼 하늘만 보는 운문에서 매전을 지나 공기가 될 때까지 일상을 지웠다 자꾸 깜빡거리는 커서에 무언가 닫혀 있었다 깜빡거리는 저 커서에 묻혀 있는 내가 묻은 나를 캐내어 오는 초조함을 보았다 계속 앉아 있었고 깜빡거리는 커서는 다시 발하고 있었다 무게가 아닌 것들이 무게에 부딪히고 있었고 부딪친 무게가 커서 바로 앞까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눈처럼 눈밭에 눈사람처럼 기이한 방에서 기이한 독배를 들며 나를 없애기 위한 아지랑이를 묶어 나갔다 앉아 있었는데 결국 깜빡거리는 커서는 나오고 있었다 두 개의 공기가 가벼워질 때까지 피스톤의 압력은 실린더의 은피를 다만 태워 나갔다 회전문처럼 입국한 사람은 커서를 주시하다가 회전문처럼 출국하며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커서가 모르는 뒷배경의 다른 날씨는 두 구체를 들고 뛰어가는 화장실에서 익숙한 질감을 닦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커서가 가리는 키는 쪽으로 또 다른 언어는 누워 있었고 낯선 언어의 문장을 읽고 있었다 단풍이 물들 때까지 커서는 내내 운전만 했다 먼 나들이가 아닌 시골 촌길에서 읍내까지 외출은 정장을 하며 단추를 채울 때 커서는 삼갈 길 없이 그 물통을 들고 나갔다 구름이 오르고 야생은 죽어 있었다 군락이 사라지자 노을 핀 저녁의 새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양떼구름만 동동 떠 있었다 창문은 열어두고 커서는 그 끝에서 아직 떨고 있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