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구름이다. 나무는 그림자다. 공은 허공에 떠있다. 너는 의자에 앉아 있다. 바닥에 닿기 직전이다. 나무가 되기 직전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고백이 흐른다. 위에서 아래로. 꽃잎이 떨어진다. 이제 무엇이 오면 좋을까요. 물이 오면 좋겠어요. 말이 오면 좋겠어요. 말라가고 있었거든요. 물러나고 있었거든요. 분수대 뒤에서 홀로 울고 있는 것은 낯모르는 아이. 여름으로 향하는 것은 그칠 줄 모르는 잎사귀와 열매들. 너는 떨어진 꽃을 주워 꽃잎 점을 친다. 하나 둘. 하나 둘. 바닥에는 분필로 그린 사람이 있다. 누워 있는 사람 곁으로 공이 떨어진다. 떨어진 공 곁으로 꽃잎이 떨어진다. 흐르는 공 곁으로 꽃잎이 흐른다. 이제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요. 연필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우개가 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처음처럼 쓰고 싶어졌거든요. 마지막을 마지막으로 지우고 싶어졌거든요. 영원히 나아가는 먹구름이다. 푸른색이 열리는 하늘이다.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건너가면 좋겠어요. 넘어가면 좋겠어요. 울고 싶어졌거든요. 살고 싶어졌거든요. 그림자가 지워지는 바닥이다. 흐르는 공 너머로 다시 깊어지는 여름이다. 공은 허공을 떠나고 있다. 꽃은 그림자로 맺힌다. 너는 의자에서 일어선다.
얼띤感想文
캄캄한 동굴 안입니다 문 앞으로 나가봅니다 여전히 캄캄합니다 오지 않는 희망에 말을 건넬 수 없는 불안만 더합니다 모르는 얼굴로 무엇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는 문틈에 기대어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고요하고 말은 잊어버리고 앉아 잔만 들여다봅니다 무엇을 채웠는지도 모르는 구정물에 내비친 얼굴은 저 흔들리는 물결에 주름만 늡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묘지처럼 둘러싼 팔 수 없는 은빛 지느러미로 늪만 팝니다 햇살은 더욱더 멀어져 가고 어둠은 더욱더 깊어갑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묘지를 파는 것일까요 계절은 대숲을 이루고 대숲 사이에 끔벅거리는 물고기처럼 지나갑니다 온몸에 긁힌 자국은 웃지도 웃을 수도 없는 떠나지도 떠날 수도 없는 곳에서 희망의 11시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곳은 죽음입니다 문 닫아 버리고 영원히 잠을 청할 수 있는 속된 말이 없고 아예 오지 않는 말까지 기대하지도 않는 영원한 어둠으로 주저앉을 수 있는 시간으로 말입니다 내일이 없는 오늘, 내일이 오지 않는 오늘은 영원한 안식이라서 낯선 것이 없고 새로운 얼굴이 없고 익숙한 것이 없어서 다만, 꽉 닫은 입처럼 숨을 내쉬거나 들이키지도 않아 오히려 그것이 희망인 세상에 머뭅니다 오히려 이러한 세상이 희망으로 닿는 오늘입니다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세계로 가고 구시대적 사고의 나약한 울음소리는 이불처럼 캄캄한 동굴 안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도 없는 공백에 환기하며 방향만 걸어 잠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