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한 자루 =허수경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연필 한 자루 =허수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2-10-18 16:31

본문

연필 한 자루

=허수경

 

 

    그렸다 꿈꾸던 돌의 얼굴을 그렸다 하수구에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서 있던 백양목 부서진 벽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어깨 붉게 울면서 태양과 결별하던 자두를 그렸다 칼에 목을 내밀며 검은 중심을 숲으로부터 나오게 하고 싶었다 짧아진다는 거, 목숨의 한순간을 내미는 거 정치도 박애도 아니고 깨달음도 아니고 다만 당신을 향해 나를 건다는 거 멸종해가던 거대 짐승의 목, 먹다 남은 생선 머리뼈 꼬리 마침내 차가운 눈, 열대림이 눈을 감으며 아무도 모르는 부족의 노래를 듣는 거, 태양이 들판에 정주하던 안개를 밀어내던 거, 천천히 몸을 낮추며 쓰러지는 너를 바라보던 오래된 노래, 눈물 머금은 플라스틱 봉지도 그 봉지의 아들들이 화염병의 신음으로 만든 반지를 끼는 거, 어둠에 매장당하는 나무를 보는 거, 사랑을 배반하던 순간, 섬득섬득 위장으로 들어가던 찬물 늦여름의 만남, 그 상처의 얼굴을 닮아가면서 익는 오렌지를 그렸다 마침내 필통도 그를 매장할 때쯤 이 세계 전체가 관이 되는 연필이다, 우리는 점점 짧아지면서 떠나온 어머니를 생각했으나 영영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는 단독자, 연필 한 자루였다 헤어질 사람들이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물속에서 영원한 목욕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한 자루였다 당신이여, 그것뿐이었다

 

   얼띤感想文

    연필 한 자루는 하나의 개체다. 이 세상을 받들며 온전한 삶을 그려나가는 개체,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겠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돌의 얼굴을 하고 있다. 분간하기가 어렵고 파헤치기 어려운 존재다. 그것을 시인은 하수구에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서 있던 백양목,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어깨, 붉게 울면서 태양과 결별하던 자두를 그린 거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돌은 가만히 있는 존재로, 서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는 붉게 타오르는 마음으로 다가가고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어떤 부담만 갖는다. 여기서 더 나가 목에 칼이 찔린다 해도 그 검은 숲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마저 그것은 내 언어의 마지막까지다. 그러나, 그것은 열정뿐이었다는 것을 너를 파악하지 못한 정주의 안개 같은 나날이었다. 하나의 연필로 너를 향한 마음으로, 너와 관여한 사회까지 그리는 거, 오직 눈물이 나오고 열에 약한 플라스틱 봉지처럼 화염병에 신음한 시간과 함께했던 어둠의 나날은 오래전에 매장한 사랑이었음을 여기서 우린 서로가 배반한 시간을 걸었고 뒤늦게 또 만나 서로의 상처를 더듬고 내일을 그렸지만, 이미 우리의 과거는 한 세계를 온전히 담았기에 그것으로 충분했다. 우리의 내일을 일깨우는 생각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다만 이 세상을 걷는 단 한 자루의 연필에 불과하다는 거, 히말라야처럼 저 높은 봉우리로 향하는 우리는 거기서 발원한 물로 하루를 씻는 일상의 음악처럼 한 자루의 연필로 그것만이 전부인 거 같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99건 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10-24
5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0-24
5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0-23
5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0-23
5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10-23
5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10-23
59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 10-22
5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10-22
5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10-22
5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10-22
5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10-22
5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10-21
5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0-21
5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10-21
5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10-21
5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10-20
5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10-20
5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10-20
5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10-19
5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0-19
5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10-19
5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10-19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10-18
5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 10-18
5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1 10-17
5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10-17
5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10-17
5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10-17
5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10-17
5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10-17
5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10-16
5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0-16
56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10-16
5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1 10-16
5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10-16
5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10-15
5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10-15
5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10-15
5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10-15
5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0-14
5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10-14
5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10-14
5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10-14
5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10-14
5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10-14
5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10-14
5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10-12
5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0-12
5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10-11
5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 10-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