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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아파트 =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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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회 작성일 22-10-19 16:35

본문

아파트

=박승열

 

 

    아파트와 아파트와 아파트 그리고 무수한 아파트 나는 이러한 광경 속으로 물소 한 마리가 걸어들어가는 것을 봤다 무수한 아파트 사이에서 유유자적 걷고 있는 물소를 아이들은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러나 아이들은 금방금방 집으로 돌아가버렸고 어느새 사방이 컴컴해졌고 오직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서 물소가 걷던 밤 나는 그 밤 무수한 아파트 바깥에 서서 물소의 발소리를 들었다 물소의 발소리는 참 컸는데 아무도 그 소리에 잠 깨지 않았다 새벽이 다 지나도록 물소의 발소리가 울렸으나 창밖으로 고개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파트 바깥에 서서 물소의 발소리를 들으며 그 모든 광경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아니 그 광경은 물소의 발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무수한 아파트 사이로 걸어들어갔는데 물소는 온데간데없었고 생쥐들이 열댓 마리쯤 모여 있었다 생쥐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는데 아주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생쥐들은 나를 위협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생쥐들은 이내 어디론가 몰려갔다 나는 생쥐들의 뒤를 쫓지 않고 그저 무수한 아파트 사이, 더 깊숙한 곳으로 걷고 또 걸었다 물소를 마주하게 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것이 일 년 전의 일이다 나는 왜 물소가 우리 집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물소를 쳐다본다 물소는 걷고 있다 거실을 빙빙 돌면서 걷고 있다 남편이 나와서 묻는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느냐고, 이제 그만 저것을 치워야 하지 않겠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만히 물소를 쳐다보기만 한다 물소는 계속 돌고 있다 나는 물소가 돌고 돌아 회오리 되어 사라지길 원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소는 돌고 돌아 자꾸 이 거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얼띤感想文

    시에서 사용한 언어의 소재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파트와 물소, 그 물소를 바라보는 아이, 그리고 집, 물소의 발소리, 새벽, 생쥐, 위협적이라는 말과 물소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어떤 기대감, 거실, 회오리, 혼란스럽다는 말, 중요하게 와 닿는 시어만 골라 타자해 보았다. 이들 모두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시어들이다.

    시를 쓰는 과정과 시적이지 못한 시인의 감정 묘사가 들어가 있고 끝내는 완성한 시에서 허탈한 한 세계를 보여 준다. 글은 오직 단순 자기 정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깨쳤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한 세계, 물소 한 마리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마리의 물소, 물소들 그 발굽에 찢기는 일은 괴롭다. 물소는 동쪽으로 오고, 물소를 치는 그림자는 서쪽 노을에 담아 둘 수 있는 능력은 현실의 불안과 고통과 쓸쓸함의 저울을 균형으로 다 잡아둔다.

    가만히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에 대한 어떤 미련을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성취감이라든가 도전 정신도 없는 이 나약한 세계에서 무너진 무대에서 물소와 같은 별은 무엇이고 어떻게 바라보며 현실을 탈피할 수 있을까!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아니 좋은 날은 올 것인가? 바깥에 나가 본다. 수많은 차가 오가는 도로, 마스크 낀 젊은이들의 모습과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 슬리퍼 신고 걷는 아이, 하늘은 푸르다. 초라한 50대의 어떤 한 남성이 다이소에 들러 물건 하나 사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본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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