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가 있어 무언가에 붙들린 것처럼 나는 얼떨결에 걷기 시작했다 주스였다면 엎질러졌을 것이다 목적지와 상관없는 가게들을 길이라고 불렀다 왜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뚤어진 모자 재고 없음 털실처럼 길게 펼쳐지는 침묵 그가 멈추어 섰다 여기인가? 누군가의 어깨를 잡아당기듯이 문을 열며 여기가 아닌가? 비슷한 이름이 반복되고 그와 나는 옷을 몇 개나 껴입었는지 말했다 나는 네 개 나도 네 개 사랑하고 있어, 수염이 자랄 때까지 번화가에서 사람들이 우글거릴 때까지 걸을 때는 앞을 봐 그는 말하고 나는 손을 슬거머니 놓으며 이미 지나쳤을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앓던 이를 후득후득 뱉어 내고 나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건물과 건물 사이 틈은 메우기 어려웠다 그와 내가 아무리 가깝게 서 있다 해도 양팔을 뻗어도 그와 나는 새하얀 국밥집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식당 앞에서 기웃거리다 금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갔다
얼띤感想文
가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국숫집에서 다 끓인 돼지 찌개를 놓고 나는 소맥을 비웠고 젓가락은 막걸리를 비워 나갔다 한 잔씩 비웠을 때 오늘 전에 그 여자 있잖아 전화가 몇 번 왔어, 이러는 거야 어느 년한테 꼬시키가 넣었니? 그래서 이랬지 여자가 아니고 남잔데, 참 세상 살기 어렵다 경쟁이다 까닥 잘못하면 큰일 날뻔했다 그리고 한 숟가락 집어 올리고 한 잔씩 부딪히며 들이킬 때 전화가 또 왔다 이번에 그 여자의 남편, 그러니까 친구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저 묵직함 저녁은 너무 단출했고 주막에 앉은 여자가 거들며 한 잔씩 따라갈 때 또 한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오동동 여전히 올백인 데다가 그는 소주였다 이러다가는 더 취할 거 같아서 얼른 숟가락을 내밀었다 그 전에 젓가락은 갔고 나는 못내 빠져나오지 못해 두리번 살피다가 겨우 긁은 내 숟가락, 비틀거리며 농협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서 콜 부르고 콜은 금시 왔다 콜 타고 콜하는 곳으로 가 독수리 타법을 하곤 했다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다른 주소로 가 있었고 다른 주소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아찔한 새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