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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재세계reworlding =김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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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22-10-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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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세계reworlding

=김리윤

 

 

    지나간 일은 다 잊자 지나간 일은 다 잊는 거야 그는 이 대사의 다음 장면에서 죽었다 영화 속에서 영화는 계속될 것 같았고 그 사람은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영원히 잊게 될 것이다 휴대폰 불빛이 신경 쓰여서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어 극장에 꽉 들어찬 어둠은 그 작은 불빛 하나 숨겨주지 못하고 주인공은 12월 밤거리의 쏟아지는 불빛 때문에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다 오래된 거리를 걸으면 가로수들은 영원히 자랄 것 같다 정원사의 손에서 떨어지는 잎사귀와 뚝뚝 분질러지는 나뭇가지의 미래를, 잔디가 깎이는 동안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통을 다 기억하면서 12월엔 어디에서나 커다란 나무에 작은 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불빛이 들어오고 빛을 끄고 불을 켜면 다 똑같아 보이는 세계의 근원은 이제 전기라고 인간은 빛보다 한참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원하는 만큼의 빛을 만들 수 있다 운전자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달릴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은 생명의 낭비를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너무 환한 곳에서는 생명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높은 조도에서는 사물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밝게 빛나는 하늘과 흰옷을 입은 사람을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계는 점점 더 낮은 조도로 진화하고 있어 매년 20퍼센트 정도의 광량이 감소하고 있대 희박한 태양광 아래에서 낮아지는 조도의 세계에서 우리는 함께 희박해지겠지 정말 좋은 일이다 좋은 미래가 오면, 도로 위에서 공들여 식별해야 할 산 것들이 없는 그런 미래가 온다면 생명이 낭비되는 일도 없을 거야 앞서 걸어가는 사람의 등에 죽은 짐승의 등이 포개져 있다 너는 어쩜 죽어서도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지 짐승의 등을 어루만지며 아름답다 감탄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아름다움은 시작되었다 이것은 전기로 작동되는 신이 들려준 이야기다

 

   얼띤感想文

    작은 전깃불 쬐며 지난날을 생각한 것은 죽음의 단발머리, 죽음의 마음은 벌써 내 옆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검은 도로를 달리다가 얼핏 거리가 멀어 중앙 분리대를 위반한 사실에 대해서 유턴의 영사기처럼 영원히 잊지 못한 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고속도로를 택하지 않는 노래처럼 벌써 겨울은 이른데 바람은 불어오고 가로수 이파리는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늦가을, 고독은 저 홀로 길을 가고 휴대전화기는 자꾸 올려다보는 낭비의 시간을 몰아가죠 손이 오지 않는 현실을 얘기하고 아득한 죽음만이 위안한 거리를 두고 우리는 계속 밟아 갑니다 검은 터널로 들어가는 세상의 빛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즐비한 밀림과 덤으로 쌓은 빛까지 날씨는 화창해서 더욱 따갑기만 하고 죽음의 허기는 자꾸 보챕니다 시간의 사거리를 지나 검은 개가 산다는 어느 가지에서 윤곽과 풍경을 내려놓고 잠시 앉아 봅니다 검은 개는 분명히 못마땅한 게 있었습니다 돌려받아야 할 검은 피를 꺼내지 않으며 다만 검은 물만 내어주니까요? 솔직히 기분은 더럽습니다 더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 검은 문을 당겨 나와버리기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싫은 내색을 올리다가는 도로 검은 침으로 돌아올 것 같아 거저 허허 웃으며 나와 검은 길을 다시 걸어갑니다 죽음의 바닥은 더욱 출출해서 이제는 죽음의 해안 어느 전망대를 떠올리며 나비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나비는 다시 죽음으로 내몰고 기어코 닿은 죽음의 해안선에서 안도의 한 숨을 내십니다 죽음의 바다가 보이는 창가는 오늘 꽉 막은 터널 입구처럼 장날입니다 숨 걸어 잠근 철망을 뒤로하고 멋진 죽음의 수족관이 보이는 곳으로 향합니다 죽음 옆에 죽음이 있었고 죽음은 다시 들어오고 죽어야 할 우리는 서서 그 내막을 들여다보며 혀 두를 수밖에 없는 검은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도저히 이곳은 있을 곳이 못 된다고 하여 다시 나오게 됩니다 죽음의 도로를 딛고 돌아 돌아서 온 길, 텅 빈 자리 하나 있는 죽음의 공간 거기 가 앉기로 합니다 언제였는지 모릅니다 늘 이곳에 오면 죽음의 음료를 들이켜며 죽음을 떠올렸던 순간, 오늘은 죽음이 뒤바뀐 채 내나 죽음의 바닥을 보며 흰 살점 하나씩 올려 먹었던 윤곽과 풍경을 그려봅니다 죽음이 없는 이 공간, 바다는 한없이 넓고 푸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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