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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계단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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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5회 작성일 22-10-24 17:24

본문

단 한 계단

=조연호

 

 

    거울은 나에게로 떠난다. 물에서 물로, 내가 숨기듯 조금씩 떼어 모았던 방. 그 방에서 나는 여러 개의 칫솔모를 닳게 하고 헬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제 지평선과 수평선으로 가득 찬 눈알을 아무에게도 안 보여줘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헬마, 술래잡기는 그늘이 없어서 따분했고, 지금쯤이면 얼음땡이 더 즐거울까? 작은 것과 함께하는 산책이면 8월은 충분하다. 난 헬마의 하루가 긴 다리라고 생각한다. 전생보다 더 깨끗해지고, 더 많은 식물로 달이 우거지고, 껌 한 통을 다 씹을 때까지 헬마의 긴 다리는 아직도 달을 향해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UFO를 찾으러 가자, 마당엔 콩이 우거졌고 우리의 목소리는 우리의 말투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7월이 맞다, 8월은 너무 짧았고 6월은 사위들이 들이닥치면 도망쳤으니까. 달의 분화구까지 단 한 번 여행한 적은 있지만 거긴 빈 뼛속의 음악만 행복한 곳이었다. 처음 장난감을 대하던 마음으로, 죽은 새를 대한다.

    헬마의 긴 다리는 아직 자신의 길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쁜 날씨는 아니지만, 물 밖으로 걸어나온 태양은 끌어안고 잠들기에는 너무 더러웠다. 고작해야 7, 8월에 수많은 영혼들을 담기 위해 묘지는 얼마나 깊이 땅밑을 걸어갈 수 있었겠니? 물소와 사슴은 모른 척 얼마나 많이 포식자 앞을 걸었겠니?

    내 눈은 사라져야 한다.

    휘파람 같은 헬마, 부서져 내리는 붉은 산에는 단지 아름다우니까 가는 것이다. 신세 지는 건 아니지만, 다음엔 좀 더 가까이에서 손발이 많은 바람을 즐기고 싶다. 안 그러니? 태어나 단 한 번만 허락되는 여행을 난 길고 긴 아홉 살로만 배웅할 거니까,

 

   얼띤感想文

    시인 조연호 선생의 시집 저녁의 기원에서 읽은 시다. 2007년도에 낸 시집이다. 시제 단 한 계단은 바닥에서 한 단계 오른 상황, 아니 한 단계 오른 상을 보고 있는 상황적 묘사가 더 가깝다.

    거울은 시의 견고성을 상징하며 물은 한 세계관을 칫솔모는 시적 객체를 헬마는 시적 주체의 고유명사처럼 사용했다. 칫솔모와 헬마라는 시어에 웃음이 나온다. 무엇을 닦거나 비비는 어떤 작용의 느낌처럼 지옥의 말이라는 뜻이 숨어 있는 저 헬가이 쳐다보는 눈빛은 곧 별빛이다.

    이제 지평선과 수평선으로 가득 찬 눈알, 시를 은유한 문구다. 술래잡기와 얼음땡이 그러니까 시적 객체를 만나는 작용(술래잡기)에서 그러한 작용이 없다면 죽음의 세계에 안주(얼음땡이)하는 꼴이 된다. 작은 것과 함께하는 산책이라, 다소 겸손함이 배제된 것 같아도 시적 재미로 가벼운 산책에 충분한 글쓰기겠다. 전에도 쓴 적 있다. 칠 월은 칠과 팔월은 팔(깨뜨리는 쪽)로 읽어도 말이다.

    헬마의 하루가 긴 다리는 시 인식을 위한 독자의 글 읽는 행위적 묘사다. 달을 향해 아직도 길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으로 더욱 자세하게 묘사한다. UFO는 전문가의 눈이나 전파 탐지 따위로도 정체를 탐지할 수 없는 비행체로 헬마의 긴 다리와 연결되고 작은 것과 함께하는 산책과도 그 성질이 같다.

    마당엔 콩이 우거졌다. 마당은 시측 화자를 상징하며 콩은 마치 총소리처럼 닿는 시측 객체를 상징한다. 우리의 목소리는 바닥(죽음의 세계)에서 오른 원음에 가까운 소리로 치자면 우리의 말투는 변이된 성질에 더욱 가까운 것이 된다. 말투에서 투는 다투는 것으로 질의와 응답을 오가는 교감의 행위겠다.

    사위는 사방의 둘레를 달의 분화구는 시 객체를 상징한다. 그것을 대하는 화자는 장난감 같고 죽은 새나 다름없게 본다. 뭘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헬마의 긴 다리는 아직 자신의 길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쁜 날씨는 아니지만, 영영 닫은 것은 아니니까 일단 사랑이다. 태양처럼 끌어안고 있으니 아직도 투명한 구체를 만들기에는 이르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더러웠다고 묘사한다.

    물소와 사슴이라는 시어, 한 세계를 대변하는 소하소연처럼, 가슴으로 치닫는 어떤 변이적 색채의 사슴은 화자의 마음이겠다. 그만큼 초식에서 푸름에서 그런 포식자 앞을 보고 있듯이 어떤 가련함이랄까 아니면 순박함 물어뜯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내 눈은 사라지길 바란다.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겠다.

    부서져 내리는 붉은 산, 붉음은 검정과 블랙의 상대적 시어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시 객체를 상징하며 아홉 살이라는 개념적 시어도 참 웃긴다. 그만큼 순박한 어떤 구체를 떠올리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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