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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그 연기 - 조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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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회 작성일 22-10-25 10:48

본문

굴뚝 그 연기 / 조윤하


낮은 집들의 지붕 위로
눈 내린 흰 아침

문득 돌아와 앉는
내 유년의 들판에
보라 빛 연기 한 올
낮게 치대며 내려와
저녁 솥 낱알 익는 냄새는
처마 밑 어린 새들을 불러 모았고

무슨 일엔가들
분망했던
일상의 수고는
아궁이 속 피어 오르는
저녁으로 내려놓던
그 많은 정담(情談)들

이제
아득한 강물로 흘러
실개천 감던
생솔 가지 코밑 냄새는
어느 바람에 엎혀 갔는가

오늘
낯선 땅
마른 뼈 우뚝
키재기로 서 있는
다운타운 높은 건물 위
검은 새 등에 올라
막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채
너울대는 날갯짓

억겁의
해오름의 자린
여전히 밝건만
문명의 사발로 마신 검은 피
토해내는 연기에
하늘 속 깊은 대기층은
잔기침 바튼데

내 그리움은
다시 낮은 굴뚝
자작나무 솔가지 타는
청보라 매운 연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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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북 용천 출생
8.15 해방 이듬 해 임진강을 넘다
서울여상(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졸업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59년 <자유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1991년 캐나다로 이민
캘거리 문인협회 회원

------------------------

    

<감상 & 생각>

언제나 짧았던 가을은 금세 생략되고 항상 그랬듯이
해마다 어김없이 9월에 내리는 눈을 맞이했다,
이듬해 5월까지 내릴 눈을..

시인이 머무는 캐나다 '캘거리 Calgary'라는 곳은
일년 중 3분의 2가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닐 만큼, 동토凍土의 땅이다.

한 겨울엔 영하 30 ~ 40도의 혹한酷寒.
눈도 엄청, 많이 내리는 곳.
(한 번 내렸다 하면, 보통 30cm 이상 - 한국의 가벼운 눈에 비한다면 가히 메가톤급)
따라서, 눈 내린 풍경은 시인의 눈에 너무 익숙한 것이고
<캘거리안 Calgarian>이라면 그 누구나의 가슴에
지워질 수 없는 특유의 심상心象으로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각설却說하고.

이 시는 비교적 평이한 진술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현재와 과거라는 두개의 병렬적인 의식공간을 '눈 내린 풍경'과
빌딩이 내뿜는 '굴뚝의 연기'가 제공하는 단위공간 위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다소 긴 호흡의 이 시詩를
지루하게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외로운 이민생활 속에서 어느 겨울 날,
눈 내린 풍경 속에 유년 시절의 향수鄕愁가 자아내는
그리움의 세계를 시인의 내부로 고요히 끌어들이는
시적 치환置換의 과정이 인상적이다.

오늘/ 낯선 땅/ 마른 뼈 우뚝/
키재기로/ 서 있는/ 다운타운 높은 건물 위/
검은새 등에 올라/막 풀어헤친/ 여인의 머리채/
너울대는 날갯짓

즉, 이 시에서는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한계적인 삶과 다정다감한 정情의 실체가 서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융합하고 있는지를 그 심미적 정조情操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고...

또한,
종결로의 점층적 압축에 따른 암유적暗喩的인 언어의 울림이
정말 아름답고도 구슬픈 선율인 것처럼 느껴진다.

억겁의
해오름의 자린
여전히 밝건만
문명의 사발로 마신 검은 피
토해내는 연기에
하늘 속 깊은 대기층은
잔기침 바튼데

내 그리움은
다시 낮은 굴뚝
자작나무 솔가지 타는
청보라 매운 연기여,

마치, 한 폭의 정갈한 풍경화를 대하는 느낌의
긴 여운이 오래도록 가슴에 자리한다.
이런 면을 보자면 결국 시에 있어 '이미지'라는 것은
언어로 그리는 심적회화心的繪畵임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고.

무릇, 詩가 우리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호소해 오는 것은
꼭이 의미심장한 시어詩語나 매끄러운 운율로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 주제와
그에 의해 구현되는 시적 '울림, 共鳴'에 있는 게 아닐지...

한편, 이 시를 읽으며 느껴지는 것은
시인의 '삶과 그리움'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視線이
읽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삶에 있어 근원적인 향수에 대한
연민과 그에 따른 잔잔한 감동의 느낌을 동시에 갖게 한다는 점.

즉, 한정限定된 삶이
그것에 드리워진 피할 수 없는 슬픔을 넘어갈 때마다
내지르는 아픈 신음에서 읽는 이는 오히려 그 어떤
역설적逆說的인 소망과 함께 숙성한 아픔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 희선,


 

Le premier amour - Em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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