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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지 못하는 변신 마법사 =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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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3회 작성일 22-10-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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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지 못하는 변신 마법사

=박승열

 

 

    세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마법사 중 한 사람인 조셉은 변신 마법에 능했다. 지금 그가 어떤 생물로 존재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마 쥐나 잠자리, , , 더 나아가서는 박테리아 등과 같이 크기가 아주 작은 생물로 변신했으리라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고 어떤 무리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했다. 무리를 이루는 개체가 대다수라는 특성도 조셉이 작은 생물로 변하기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였으리라. 그러나 다른 생물에게 마법을 거는 것과 자기 자신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이전에는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본 적이 없었고 그는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었다.

    조셉이 변신 마법에 대해 갖고 있는 공포는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이 변신시킨 생물이 원래의 생물적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자꾸만 자신의 원래 무리로 돌아가려 하는 행동 양태를 보이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단순히 사람이 된 개구리나 사자, , 지렁이 등등만이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쥐가 된 사자, 지렁이가 된 고양이, 개구리가 된 멧새, 이런 것들이 변신 첫 순간에 당혹스러워하며 드러내는 동작들은 징그러움을 넘어서서 공포로까지 다가왔다. 일테면 쥐가 된 지렁이는 혼란의 틈새에서, 쥐의 것도, 지렁이의 것도 아닌 몸짓으로 바닥을 기었고 몸을 움츠리기도 했으며 바닥에 배를 바싹 붙인 채로 네 개의 발을 버둥거리기까지 했다.

    스스로를 변신시키는 것에 대해 조셉이 가지는 공포는 이런 지점에서, 두 개의 겹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그것은 돌아가지 못함에도 자꾸만 돌아가려 하는, 미숙한 실존에 대한 공포였다.

    이처럼, 어떤 사람에게 마법은 신기함의 부피를 터뜨려버리는 날카로운 공포로 다가오곤 한다. 그러나 조셉은 결국 자기 자신을 변신시키는 쪽을 택했다. 최후의 마법사 중 한 사람으로 인간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이 적잖이 지리멸렬했기 때문일까. 실제로 최후의 마법사 중 몇은 세계적인 서커스 무대로 팔려다니고 있었고 몇은 다수의 인간들에게 붙잡혀 실험체로 쓰였으며 간신히 발붙이고 사는 몇 또한 인간 무리에 잘 끼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바퀴벌레, 지렁이, , 박테리아, 더 나아가서는 곰팡이와 세균까지, 이 지리멸렬한 인간 무리에서 벗어나 수십억의 개체가 꿈틀거리는 흐름 속으로 들어가기, 그것이 조셉이 선택한 바였다.

 

   鵲巢感想文

    시가 무척이나 길다. 마치 단편 소설처럼 읽었다. 시는 총 다섯 단락으로 이루었다. 첫 번째 단락은 조셉은 변신 마법에 능하다는 얘기, 이러한 마법을 통해 아마, 조셉은 변신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 이유는 인간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리를 이루는 개체가 많다는 것으로 아주 작은 생물로 말이다.

    시 두 번째 단락은 조셉이 변신 마법에 대해 갖는 공포를 얘기한다. 본래의 특성을 벗어난 행위, 원래 무리로 돌아가려는 행동 양태다. 그러니까 쥐면 쥐이어야 하고 고양이는 고양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다.

    시 세 번째 단락은 미숙한 실존에 대한 공포다. 조셉은 두 개의 겹으로 둘러싸인 어떤 특정한 본질을 찾지 못한 경우다.

    시 네 번째 단락은 어느 무리에도 잘 끼지 못하는 조셉이다. 그것도 인간 무리에서 말이다. 그러나 다른 마법사는 특히 능력을 갖춘 또 다른 조셉은 지리멸렬한 인간 세상에서도 적응하며 사는 얘기, 또 다른 능력자는 세계적인 서커스 무대로 팔려나가기까지 한다.

    시 다섯 번째 단락은 결국 조셉은 수십억 개체가 꿈틀거리는 그 흐름을 즐기기로 한다. 본성을 찾아가겠다는 말이다.

    뭐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요런 거겠지만, 조셉이란 특정 인물을 내세워 시의 특성을 나열한 글쓰기다. 어차피 문학은 변신과 변신의 결과다. 무언가 읽지 않으면 작품의 발기란 어려울 테니 말이다. 세상은 조셉을 좋아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쪽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각자가 처한 인생이라 골프면 골프고 소설이면 소설이다. 어떤 쪽에 속하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야 하고 그것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특화로 브랜드화되듯이 그것을 지키고 더욱 닦는 일만이 조셉이 아닌 조셉을 지켜줄 것이다.

    세상은 참 만만치가 않다. 평생, 그 기질을 발휘하며 사는 쪽이 있는가 하면 평생 노력해도 드러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 혹여 드러났다고 해서 꾸준히 그 이름이 발하여 산 쪽도 잘 없다. 고귀한 인생, 품위 있게 사는 쪽으로 구태여 억지 노력보다는 참된 삶을 통해서 본인의 재미와 성취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생명의 안정과 안전을 기하며 사는 것이 명석한 일이겠다.

 

   비움=鵲巢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지나갑니다 아니 무엇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익히 아는 얼굴이 잊어버린 얼굴로 오고 순간 두려움이었다가 자멸로 가라앉습니다 어쩌면 견고성이 없는 두부의 세계 들리지 않는 입술의 흔적으로 마르지 않는 허공의 날입니다 깨어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기대하지 않으며 소망한 사실에 대해서 정성만 올리기로 합니다 한때 잃어버린 어깨와 심장을 맞춰가며 고요한 명절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거리만 한산하고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는 불면의 밤으로 혼자 걷겠습니다 늘 유언을 남기시는 어머니처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시간에서 나락의 깊이가 나락의 넓이를 좁힐 뿐 더는 움직임이 없는 공간에 물 없이 물을 구하는 어처구니없는 나선일 뿐입니다 돌아간다고요, 네 돌아갑시다 원래 없었던 눈이 원래 있었던 곳으로 걸어가고 원래 없었던 빛이 원래 있었던 어둠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잠시 깨어나 맛본 세상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며 오로지 우리의 묘지 저 어둠 같은 광활한 우주에 안식한 숨만이 흐릅니다 이제 평안한 죽음에서 더는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없는, 구름 아닌 구름으로 뒤엉킨 것도 없는 구름의 문으로 수없이 휘돌아가며 휘돌아오는 세계에 둥둥 떠 있는 그리움으로 말입니다 실재가 없어 감각도 없는 이미 뻗어 나간 빛에 공허의 비움으로 바라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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