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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 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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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회 작성일 22-11-02 16:49

본문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 정영선



눈물 빠지게 불린 콩알들 뚫린 시루에 주르르 붓고 검은 보자기 덮는다 콩알 자존심 상한다 자라목처럼 안주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슬픈 습관을 두드려 부수느라 퍼부어지는 물줄기 돌풍, 돌풍 세상 밖에서는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데 콩알 속 허물어져야 할 일 허물어지는 일만 남는다 저리 깐깐한 침묵을 버틴 콩 껍질을 후딱 날리는 모자처럼 들고 검은 보자기 씌운 막막함을 대못같이 밀어올리고 사랑은 눈부시게 노오란 해를 한 덩이씩 이고 나올 날 그대 속에도 잠재해 있을 저 힘 기다리느라 나는 질겨지고 있다
 

 

<시인의 말>


사랑에 닿고 싶어, 나에게 이르고 싶어
시의 기슭을 빙빙 도는 나에게
시는 시를 버리라고 말한다.
한결 사람다운 사람으로 되돌려 받는 비밀이
그 말에 있을 줄 알아도
나는 딴청하며
나무 한 채 활활 태울 시의 불씨 있는가 하고
저녁을 뒤적인다.
어딘가에서 분명 시작했던 어스름이
빠르게 나를 덮어가고 있는데,

나는 시를 떠나지 못하고
시들을 등 떠밀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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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시인

부산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가 있다.




<감상, 그리고 한 생각>

시인이 자신의 심경을 말했으므로,
굳이 뭐라 더 사족을 달 건 없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의 각도에서 한 생각 펼쳐보자면...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에서 보여 주고 있는,

허물어졌다가 다시 솟아나는 저 생명력은

단순히 물에 불린 콩과 시루 그리고 깐깐한 침묵만이 아닌,

그 콩나물에게 물을 주는 사람의 따뜻한 사랑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던가.

시인 특유의 섬세한 서정적 감각이면서도,

삶에 있어 사랑을 소환하는 의지가

단단하다.


'그대 속에도 잠재해 있을 저 힘 기다리느라 나는 질겨지고 있다' 라는

결구結句에서는... 왠지, 릴케의 시 한 구절도

떠오르고.


* 오 그대들 다정한 연인들이여,  

때때로 그대들 가리키지 않는 숨결 안으로 들어서라,

그 숨결 그대들의 두 뺨에서 나뉘도록 하라,

그대들의 뒤에서 숨결은 다시 하나 되어 떨리리니. *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올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中에서.

- 희선,

Cam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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