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거울 =박세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2-11-04 23:05본문
마녀의 거울
=박세랑
오늘은 입술이 귀에 걸린 약속이 있지 옆집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것까지 내 얼굴은 팔십 개가 넘는데, 표정 관리는 어느 뷰티 숍에 맡길까? 소풍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밤 열두시 자잘한 모래 알갱이들마저 떠들썩한 동굴 속 누구더라? 풍선껌처럼 실컷 부풀려 씹어대다 바닥에 찍찍, 내 가슴 뱉어놓고 저 혼자 달아난 게 청문회를 열자마자 손톱자국이 이차함수 포물선을 그리며 타내려오고 홍수가 나면 이 세상 짝이 없는 것들은 방주에 올라탈 수 없다는데, 추락하는 날 봐! 온 동네 전봇대마다 코를 킁킁대며 돌아다니던 너희 집 개는 일어나, 똥 치우고 밥 내놔, 목적이야 분명하겠지만 나는 얼굴 한두 개쯤은 더 깨져도 안 아픈데 마늘과 쑥으로 엮어낸 해골브라와 도꼬마리 테이프를 쫘악 뜯어 붙인 망토를 두르고 네 심장 파먹을 숟가락은 왼쪽 호주머니에 영혼을 싹둑 날려 먹을 전지가위는 오른쪽 호주머니에 굶주린 혀들은 오드콜로뉴 뱀딸기를 핏물 그렁그렁한 마스카라는 최대한 청승맞게 가족이 되고 싶었어요 룰루랄라 대문을 나서며 본능이랄 게 무어람 살아 있는 것들이란 어쩐지 귀찮아! 이 팔에 십육 삼 팔에 이십사 불어나는 개똥밭 알리바이가 없는 가로수에게 영원히 잠만 자는 저주를 걸어본다
얼띤感想文
시는 어쩌면 현란한 말놀이다. 수평과 수직을 놓고 어떤 대칭적 글쓰기다. 개똥밭에 꼿꼿한 가로수를 보는, 죽음에 이르지 못한 안타까운 약속이나 이 밤에 한 듯이 물고 있는 너희 집 개는 우리 집 개나 마찬가지, 곡선에 가까운 포물선 그리며 무작정 열두 시로 몰며 가는 바깥의 이런 행태는 여전히 시를 부르게 마련이다. 역시 살아 있는 것들의 얼굴은 팔십 개가 넘는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바는 아니겠다. 늙음이라든가 주름이든가 그것은 쫘악 펼칠 수평 즉 바닥에 이르는 뷰티처럼 뷰티숍에 들러 문장을 다듬는 일, 일단은 가슴은 둘째 치더라도 생산적 구멍은 완벽해야 해서, 전봇대처럼 망토만은 담아야 해서 부풀릴 건 부풀리고 씹을 수 있는 건 씹을 수 있게 전지가위의 그 예리한 날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역시 마늘과 쑥의 문화에서 원천적 생산기반 시설은 타고난 것이라 마스카라는 마스카라겠다. 바다에 이르는 청승은 청성淸省에 가깝고 대문을 박차고 나설 저 귀에 본능은 또 살아 숨 쉬게 한다. 역시 이 팔에 십육 삼 팔에 이십사다. 그러니까 팔 잃은 팔이다. 이 밤, 무작정 대접에 담아놓고 버무려보는 모래 알갱이에 한참 동안 들여다본 동굴 속, 애궁 들어가 보고 싶다. 추락하고 싶다. 아예 못 나오도록 꽉 물고 있듯이 바지춤 하나 내려다 놓는 이 밤, 싹둑, 날아간 날개에 가족은 이미 잃었듯이 룰루랄라 가로수 하나가 삐딱하게 가게 문 닫으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