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생 =김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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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2-11-10 15:26본문
역재생
=김미령
바닥의 공이 비스듬히 날아가 정확히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방금 무엇도 그의 손을 떠난 적 없었는데 그것은 공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긴 산책로가 펼쳐져 있고 돌아가려고 뒤를 보면 그의 장소는 모든 곳에 빛으로 뿌려져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는 거꾸로 반복해도 오가는 것뿐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고 거꾸로 발음할수록 원래와 닮아 가는 어떤 이름 그의 손엔 오래전 아침을 시작한 다섯 개의 물방울이 쥐어져 있었는데 전생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터질 듯한 표면 안에서 다급히 창을 두드리는 손이 보이고 확장된 물방울 속으로 구불구불한 길이 빨려 들어간다. 그 길을 한 사람이 걷고 있고 이어서 다른 한 사람이 따라 들어가는데 그가 시공을 너무 앞서 오는 바람에 먼저 걸어간 자신을 앞질러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묻고 싶었던 말을 끝내 하지 않고
얼띤感想文
그와 거닐었던 산책에서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했을까! 이토록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은 구체며 다섯 개의 물방울은 오체다. 구체가 변이한 어떤 사상적 오류겠다. 그것은 바닥에서 바라보는 그림자일 뿐 정확한 물방울로 생각할 수 없는 확장된 사상일 수도 있다. 다만, 그에게 닿는 길 그것으로 바람이 불어 닿아 오히려 앞서 간 생각 같은 것 그러나 그에게 묻고 싶었던 말은 끝내 하지 못하고 내 마음에 그냥 돌이키듯 재생만 하고 만다.
터질 듯한 표면 안에서 다급히 창을 두드리는 손이 보이고 확장된 물방울 속으로 구불구불한 길이 빨려 들어간다. 다섯 개의 물방울 속에 갇혀 있는 자아다. 상상에서 빠져나오고 싶지만, 자꾸만 생각은 부풀기만 한다. 어쩌면 다섯 개의 바다에(吾海) 머문, 머물기 위한 그때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을 지운 어떤 글쓰기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해수욕장은 열려 있었고 빨간 모자를 쓴 요원 몇이 손짓을 하는 것처럼 우린 다만, 수평에 이른 시간을 부를 것이므로
당장=崇烏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술이 너무 채 비틀거리며 바라본 눈빛에 문득 발은 닿지 않았다 다시 비틀거리며 보내온 문자를 보았다 태워다 드릴까요? 반가웠다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더 앉았다가는 실수할 것 같아서 반가웠다 그러나 쉽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계속 술잔은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누가 먼저 쓰러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계속 걸고 넘어가는 잔과 채워지는 액체의 허전함 발목은 서늘했다 무뚝뚝한 표정은 눈 부릅뜨며 바라보며 꼿꼿한 무늬를 띄웠고 형광 빛 풍선만 날렸다 전등의 필라멘트만 파르르 뜨는 저녁, 창밖은 벌써 아침이었고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는 희미한 맥박만 지웠다 모르는 얼굴로 모른 채 그냥 나가는 체념 속에는 어두운 길만 남겨놓았다 짓지 않는 울음과 밀려가는 웃음으로 여전히 잔을 채우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우울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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