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뱅이의 노래 =이기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5회 작성일 22-11-14 22:45본문
주정뱅이의 노래
=이기성
이상하구나, 거대한 구름이 외투 속으로 날 받아주네. 늙은 나무들이 떨어지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니, 유쾌하구나. 이런, 보도블록들이 내 허름한 구두를, 찢어진 발꿈치를 어루만지니, 좋구나. 이제 나를 위해 노래 불러줄 시인이 없다는 걸 알려주듯이, 새들은 새침하고 거미들은 분주하더니 까마귀는 거창하고 검은 깃을 마구 떨어뜨린다. 소녀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잠깐 본다. 검은 글자들은 왜 허공에서 자욱하게 흩어지고 있나. 파란 눈썹이 까마득한 촛불처럼 흔들리는, 아름답구나, 소녀는, 완성되지 못한 얼굴을 가졌기 때문에. 밤의 둥근 어깨와 먼나라에서 온 주정뱅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너는
얼띤感想文
한동안 주정쟁이처럼 난발한 거 같다. 거대한 구름 같은 코로나 시기를 겪었고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던 자아였다. 지나고 보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그러나 나에게는 충실한 시간이었다. 그것이 전부인 거처럼 전부를 위한 하루인 거처럼 보냈다. 한때의 어둠이었지만, 한때의 늪에서 마지막까지 잡을 수밖에 없었던 칡뿌리나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땅속 깊이 박힌 뿌리지만,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위안하는 방법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주정쟁이였다. 술을 마셨고 술 마시지 않은 날은 술 마신 거처럼 주정만 부렸던 현실에 적응 못 한 아둔한 둔치나 다름없는 그러나 세상은 늘 아름다웠고 바이러스가 보기엔 멀쩡한 기적들로 이룬 하루는 여전히 돌아가는 쳇바퀴, 가령 보험 신상품은 매달 뭐가 나와도 나오고 있었고 주식은 바닥을 찍고 오르거나 막말과 참사는 정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감상은 사실 정말 어렵고 그냥 겉으로 읽고 넘어갈 일이지만, 무언가 있을 거 같은 느낌에 주정을 부리는 하루일 뿐이다. 바다를 보며 바다를 젖다가 몸통 다 뜯긴 멸치 대가리 하나 끌어올리다 멀건 백비탕만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