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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의 세계 /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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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22-11-21 11:23

본문

재스민의 세계 / 이윤정

 

 

 

이 향기를 꺾어 버릴까

 

그녀의 향기는 가파르다

골목 모퉁이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는 끊어질 듯 달려 나온다

 

나는 튀어나온 소리를 자르고 재채기를 한다

몸 안쪽으로 밀고 들어오는

은밀한 테러에 통증이 번진다

떨어진 향기는 바닥에서 비명을 지른다

습관처럼 향기를 접어 휴지통에 넣는다

 

찢어진 비명에는 고양이 수염이 숨어 있다

콧속으로 파고드는 간지러움에

알레르기의 기생을 생각했고

문득 비명이 고양이에게로 옮겨 간 것이라 확신했다

 

재스민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눈을 감고 비명과 향기를 구분해 본다

한 번의 입맞춤도 없이

탐구하듯 향기 속을 걷는다

 

흥분한 재채기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재스민이 하는 기침이라 생각한다

색을 버리고 마지막까지 토해 내는 통증들

향기는 자란다 아무리 꺾어도

 

그녀가 다시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재스민에게는 나만 아는 세계가 있다

 

 얼기설기 엮기

마치 삶을 꺾어 버릴까로 들린다. 평온한 정신의 세계를 가져 본 적이 없는

독한 향기에 쩔어 있는 골목에서 웅크린 영혼은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나온 적이 없다. 언제나 혼자만의 물레를 돌리며 찢긴 영혼의 아픔을 깁고 있는 그녀 만의 비밀스런 시간. 노래, 향기. 입술. 그리움. 후회. 절감. 한계. 두발. 허공. 추락......

그리고 난 반듯하게 누워 귀를 감는다.

하모니카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드디어 평온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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