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22-11-23 09:23

본문

칫솔의 기억력 /  변윤제

 

 

 

 피를 보고 맙니다.

솔이 완전히 뭉개져 있습니다.

 

이빨을 기억하는 일을

칫솔은 자신의 힘으로 삼고

혀에는 백태의 눈보라 몰아칩니다. 때마침 나가 버리는 화장실 전구. 혀에 스며드는 쇠 맛.

혈관에 흐르던 어둠이 바깥의 어둠과 만날 수 있도록.

 

칫솔이 잇몸을 그어 버린 것입니다.

화장실 천장엔 줄기처럼 별이 매달리고 온갖 별자리가 달리는데 사수자리에서. 긴 화살의 꼬리가 날아가는데.

 

칫솔이란 망가지기 위한 기억력입니다.

칫솔을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이유는

망가진 칫솔이 우리를 망가뜨리려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솔이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의 치아 또한 그것을 기록하려 시도합니다. 뭉개질 결을 따라 벌어지는 치아.

구역질이 변기 물처럼 쏟아지고.

목젖 뒤의 별똥별. 어긋난 치열이. 잇몸서 새어나오는 빛이.

 

칫솔이 그래서 우리를 배반합니까.

교도소에 넘어간 칫솔 줄 몇 개는 날카롭게 갈려 무기가 되었다 하고.

탈옥범을 성공시키기도.

칫솔에게는 칫솔만의 무수한 가능성이란 게 존재하고 있을지도요.

 

칫솔의 욕망을 이해해야 할 시간입니다.

성정에 대해. 취미나 특기. 그가 어쩌다 이빨을 닦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평생 버린 칫솔을 모아서.

책상 옆 화병에 꽂아 봅시다.

피어나는 것이 있습니까?

 

사실 칫솔이란 참.

눈치가 빠른 자들입니다.

우리가 버리고 싶을 때쯤 칫솔은 이미 망가져 있죠.

스물 몇 개의 치아를 신경 쓰느라. 그는 이미 누구보다 눈치에 도달한 자가 되었고.

눈치가 빠른 자들이란 잔인한 자들입니다.

칫솔의 기억력은 제 자신을 기억하지 않으니.

 

저는 칫솔에 묻은 피로 거울에 칫솔의 본을 뜨고

살펴봅니다.

그가 무슨 굴곡을 가졌는지. 어디서 주저앉았는지. 벌어진 이빨의 틈새에서. 이제는 어떤 걸 더 망칠 수 있을지.

 

얼기설기 엮기

거짓은 또 다른 백색 거짓을 닦고 입을 헹군다. 나의 거짓말이 오장 육부를 돌아 똥이 되어 나와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좌변기 물만 내리면 깨끗이 씻겨 사악한 나의 DNA조차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인플란트 3개를 했다. 한동안 난 거짓과 절망과 우울과 흐느낌 조차 잘근잘근 씹을 수 있을 것 같다. 잘 가라 나의 뿌리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32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58 1 07-07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 12-03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11-30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11-23
412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1 11-18
4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11-17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 11-16
41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11-15
412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 11-14
412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1 11-11
41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11-10
41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11-06
4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1-03
41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1 10-31
41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2 10-28
41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10-23
411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10-19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10-14
411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10-06
411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10-05
411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0-04
41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1 10-02
41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9-21
41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 09-17
410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9-15
410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 09-13
41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9-09
41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9-09
41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9-09
41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9-09
41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9-09
410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9-08
40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9-07
40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9-07
40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08-31
4096 온리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8-27
409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24
40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8-17
40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 08-10
40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 08-08
40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8-04
409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 08-01
408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07-27
4088
신발 =장옥관 댓글+ 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0 07-23
408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 07-20
40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 07-13
408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0 07-07
40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7-06
40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7-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