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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러시아 인형-인간극장 =이민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4회 작성일 22-11-25 22:42

본문

러시아 인형-인간극장

=이민하

 

 

    그녀는 웃을 때 허리를 살짝 비튼다 몸에서 물기가 쪽 빠지도록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어놓은 팔랑대는 기저귀같이 지저귀는 파랑새같이 나의 머리맡에서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무너지는 가슴을 와락 쏟을 때에도 그녀는 뜬 눈을 부릅뜨면서 허리를 살짝 비튼다 옆구리가 툭 터지도록 그러면 낯선 나무 냄새가 난다 뿌리를 두고 와서 이국의 소풍은 무서운 걸까 나는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며 식물원도 가고 영화관에도 함께 간다 그녀의 속을 끝까지 열고 싶지만 허리를 자르는 연쇄 살인마처럼 손이 떨리는데 머릿수건에서 삐져나온 자라지 않는 머리카락이 반질반질 닳고 더러워지는 것으로 생활을 증명하듯이 굳어버린 몸속 겹겹이 아직 벗기지 않은 인생을 껴입고 고향에선 흔한 이름이라는 마트료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떠내려왔을까 곤히 잠든 태아처럼 바다를 타고 생의 바닥까지 들어간 잠수부가 그녀를 건져냈다 그녀는 잠수부의 신부가 되었다 양파 같은 소녀도 낳았다 허리가 끊어지도록 그런데 왜 울지를 않죠? 울음소리조차 이국의 발음은 어려운 걸까 간호사들이 소녀의 침묵을 걱정하며 뽀얀 엉덩이를 목탁처럼 두드렸다

 

    *러시아의 전통 목각 인형 마트료시카어머니라는 뜻이 담긴 여자 이름 마트료나에서 유래된 애칭이라고 한다.

 

   얼띤感想文

    출근은 형식이었고 마음은 고향에 가 있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은 세상이라는 걸 여실히 느낀 하루가 돈 있어도 잘 쓸 줄 몰라 간혹 잃어버린 사람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서류 몇 장 뽑고 나오는 길, 더는 못 다니겠다며 고개를 저었던 사람이 빼꼼히 쳐다보며 인사를 하는 가운데 뭐 그리 급한지 뛰쳐나오다시피 했다 할인권 외에 더는 지급하지 않은 주차장에서 밤새 잠자리만 뒤척이었을 주름을 보았다 싸한 기운은 따뜻한 국수를 끓였다 어디든 가자고 하는 마음은 어디든 가야 할 마음을 잊게 했다 곧장 차에 오르고 우둘투둘한 길 지나 고속도로를 지나 어느 미용실에 앉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우울해 보였다 한때는 눈이 크고 피부가 탄력적이었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올려다본 얼굴, 미용사는 귀가 덮이도록 할까요 아니면 짧게 끊어 까요, 귀가 덮이도록 깎으라는 말은 무시되었다 깔끔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우울해 보였던 것일까, 머리를 다 깎고 계단을 밟고 오른 돈키호테, 검정으로 물들이고 씻었다 마음은 한결 나아졌다 밤새 오줌을 지렸던 검정 바지를 손으로 문지르며 빨래했다 양말도 꾹꾹 짜며 검은 봉지에다가 담았다 성한 팔이 굳은 팔을 잡고 지팡이가 길을 안내했다 산책 같은 드라이브였다 가을이지만 봄날이었고 특별히 방문이 없던 날이었다 오는 동안 내내 콧노래 부르던 모습이 지나간다 그 옆에서 내내 졸음이 밀려와 결국, 고속도로 어느 구간에서 정차하며 잠깐 잠을 잤던 녀석이 보인다 귀만 열었던 슬픔이 입만 열었던 기쁨과 함께 한 날이었고 운전이 가장 싫은 사람이 여행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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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찬 없는 식탁에 데쳐 놓은 시금치 마냥 우울을 꼭꼭 씹어 다시 뱉어 놓습니다. 끈질지게 다시 살아 나는 저것을 심은 자가 누구 일까요?  도리어 내 발목이 뽑혀 허공을 딛고 있는 오늘.

숭오님의 여행은 늘 고향 근처를 가나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아닙니다. 매일 어머니께 가보아야 해서요. 별다른 일이 없는 거 같아도 마음은 늘 불안불안
일은 해야 하는데 손에 잡히질 않네요. 그렇다고 안 들리면 뭔 일 크게 벌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들여다 볼 수 없어서
고향에 어머니가 안 계시면 저는 아마 고향 영영 잊고 살 겁니다. 사실, 고향이 싫어 타향에서
살지만, 어디든 가보고 싶지도 않고 신경 써고 싶지도 않은, 모르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욱 혼자
있고 싶은 마음뿐 입니다.
감사합니다. 누님, 이렇게 감상문이라고 썼지만, 사실 감상문도 아니고 제 글 쓰기 위한 방편이라서
시마을은 그게 좋아, 낙서도 낙서도 아닌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뭐라도 공부는 되어서 생각도
가지게 되어서 좋습니다. 주말 멋지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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