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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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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2-11-26 16:12

본문

풀벌레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마경덕

 

 

    바람의 체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열린 벌레소리가 익었다 방울벌레 풀종다리 철써기 귀뚜라미 잡초가 소리를 수확하는 계절 제초제를 뿌린 곳에는 소리의 씨가 말랐다 여름내 소리를 키우느라 허리 굽은 하천가 방가지똥 고마리 오가는 발소리에 흠칫 일손을 멈춘다 땡볕 아래 그늘을 짜고 품에 맞는 어둠을 들인 건 누대를 이어온 그들의 농사법 바람에 혀끝이 서늘해질 때 으슥한 둑길에 떨어지는 맑고 처량한 소리 잘 여물었나,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완숙한 소리만 골라 출하하는 야간작업장 물기가 말라 또르르, 먼 곳까지 굴러가면 상품이다 달빛과 주고받는 저 밀거래 제철에 거둔 소리의 값은 얼마일까 만돌린 켜는 풀종다리, 양금을 두드리는 방울벌레 잡초들이 재배한 완벽한 합주는 어느 악기보다 귓맛이 좋다 그들이 소리를 키운 지는 오래지만 맑고 구슬픈 소리가 잡초의 농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리가 젖으면 무거워 구르지 못한다고 일손을 놓고 풀잎도 쉰다 그런 날은 둑길에 빗소리만 왁자하다

 

    ―마경덕 시집, 그녀의 외로움은 B(상상인, 2020)

 

   얼띤感想文

    내려가다, 익었다, 말랐다, 키우다, 멈추다, 떨어지다, 여물다, 흔들다, 굴러가다, 두드리다, 구르다, 놓다, 쉬다, 왁자하다, 시적 객체의 상황을 대변하는 동사들이다. 때는 여름이고 가을로 접어든다. 곧 겨울이 닥치겠지만 앙금을 제대로 풀 수 있다면, 제대로 된 농사법은 하나의 바람이다. 제대로 된 농사법 하나 없이, 다 익은 소리를 깨물어 본다. 논둑길 걷다가 벼 이식 한 알 잡고 깨뜨려 씹어 본 적 있다. 그 맛이 궁금해서 씹어본다. 단물이 조금 일어도 특별한 맛은 없었다. 특별한 맛 하나 없는 나의 인생을 보면 어떤 때는 우울로 쭉정이처럼 일어 달빛에 앉아 허전함을 달래곤 한다. 풀벌레 소리가 요란한 곳, 지금 내가 바닥에 디딘 이곳 현 세상이다. 오늘은 가을 하늘이 참 맑다. 어디론가 가야 하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이곳 학교 앞 어느 기획사에 앉아 올해는 내가 코스모스 꽃을 보기나 했나 순간 지나간다. 어느 현자의 말도 지나간다. 나이 들어 살이 찌는 이유는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이 많은 이유는 자신의 통제력을 확인하는 것과 다소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 이외에 딱히 할 수 없는 처지도 그 이유로 들었다.

    손을 쓰는 것과 운동은 말 이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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