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이 붉게 짓는다 =우남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뚝이 붉게 짓는다 =우남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2-12-10 16:31

본문

말뚝이 붉게 짓는다

=우남정

 

 

    설렁탕집 마당에 개 한 마리 묶여 있다 손님이 와도 딴청이다 아니 손님이 엎드려 있다 개 꼬리가 움찔 움직이다 만다 심드렁해진 손님이 마당에 한동안 묶여 있다 24시간 사골을 끓여 대는 가마솥 밥집은 성업 중이다 마당에 묶인 라일락나무가 푸르다 그늘이 자꾸 움찔거린다 혀를 빼물고 늘어진 뱃구레를 뒤척여 먼 곳을 보고 있다 배경은 낡은 집과 먹다 만 밥그릇이다 저 나무 그늘에 매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벌름거리던 코, 빳빳하던 귀, 달빛에 날 세워 짖어 대던 개 소리, 다 어디로 갔을까 길길이 뛰며 퍼붓던 그의 키스는, 저 개 한 마리 선지처럼 뜨거운 울음을 울은 지 언제였을까 주인은 가끔 먹이를 찾는다 주인이 엎드려 꼬리를 흔든다 그 그릇에 그 밥이다 개가 주인의 추억 속을 지나간다 주인이 개의 주위를 빙빙 돈다 주인은 개 그릇을 핥다 일어선다 목줄이 개의 반경을 그리다 만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햇살을 쬐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끈이 구불렁거린다 먼지바람이 오후의 신작로를 따라 피었다 흩어진다 울타리에 접시꽃들이 까르르 웃는다 그의 말뚝이 붉게 짖는다

 

   얼띤感想文

    말뚝은 묶어 놓은 저 개를 바라보고 있다. 손님은 점심을 먹고 딴청 하듯 들여다본 개, 그것은 지금까지 온 삶의 꼬리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마당은 타다만 장작과 언제나 보아도 비포장도로 같은 자갈로 점철된 놀이터나 다름없다. 24시간 사골을 끓이듯 삶을 우리는 것은 가마솥 같은 세상에 처한 의무겠다. 때는 여름이다. 라일락 나무의 향보다 라일락 나무 이파리가 푸르니까, 자꾸 흔들거린다. 마당에서 벗은 도살장에서 바라보고 있으니까 뒤척인 뱃구레가 벌름거리고 빳빳한 귀에 움칫거린다. 여기서 달빛에 날 세워 짓던 개소리는 그만 짖는다. 조용히 웅크리며 뚫어지게 날 바라보고 있다. 다 어디로 갔을까? 여전히 추운 겨울에서 기온의 변화를 느낄 순 없었으니까, 도착은 저기 나부끼는 초록 물결 아래에 이르고 감각은 오지 않는다. 생물이 죽으면 시·공간을 떠나 무생물로 다시 살아갈 순 있는 걸까, 짖는 건 폭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투과하지 못한 슬픔의 진화 이륙에서 오는 추락의 기쁨은 생물의 자위일까, 아니면 무생물의 불수의 근육의 활동? 오늘은 오늘의 밥그릇을 보며 혀만 날름거린다. 말뚝은 묶인 저 개를 보며 개의 반경은 오직 주인의 사고의 한계선까지 끌고 간 신작로까지임을 울타리가 접시꽃을 보며 까르르 웃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4건 8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81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1-30
38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1-29
38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1-28
38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1-27
38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1-27
380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1-27
3808
수잠 =길상호 댓글+ 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1-26
38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01-26
38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1-21
380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 01-20
380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 01-13
38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0 01-07
380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01-06
38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 01-02
38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 01-01
37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 0 12-30
379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12-30
379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 12-27
379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 12-26
379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12-20
379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7 1 12-19
379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 12-15
37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12-15
37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 12-15
37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12-14
37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12-14
37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2-14
37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12-13
37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12-12
37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12-12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12-10
378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4 12-10
378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12-09
37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12-09
378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12-09
37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12-07
37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12-07
377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4 12-05
377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12-04
37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12-04
37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12-02
377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 12-02
377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2 12-02
37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12-01
37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11-29
37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11-29
37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11-29
376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11-29
37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11-28
37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1-2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