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과 밥줄 =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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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회 작성일 22-12-14 21:41본문
목줄과 밥줄
=배종영
복슬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에 묶여 있다. 사람의 끼니 사이에서 남은 것들이 개 한 마리를 너끈히 키워 낸다. 개도 사람의 식성으로 같은 식사를 하지만 그건 그릇의 맛으로 나뉜다. 개 밥그릇에 내리는 달빛을 비벼 먹고 빗물에도 씻어 먹는다. 사람의 밥줄 사이에는 영원히 순환하는 환전이 있지만 개의 목줄은 반경 2미터의 공간, 그에게 주어진 일생이다. 짧은 목줄 안에서 낮잠을 자고 털갈이를 하고 별의 움직임에 두 귀를 쫑긋거린다. 개는 요란한 존재 제 밥그릇은 찌그러진 냄비 하나지만 짖을 때는 온 집 안의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낸다. 개 짖는 소리는 목줄에 묶이지 않은 천방지축이다. 목줄에 묶인 개는 동그란 짐승, 동그란 일생을 산다.
얼띤感想文
저 목줄에 묶인 개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마음의 양식을 먹는 것이다. 그 결과 개처럼 짖을 수 있는 소리 떵 하나 가지게 될까, 달빛에 비벼 먹을 수 있는 빗물에 싹싹 헹구어 마시기까지 그러나, 잠시 목줄에 이끈 복슬강아지 보는 낙만이라도 있어, 바라볼 수 있는 눈이라도 있어 좋은 게다. 당뇨가 짙어 실명한 것도 아니고 허리가 좋지 않아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라서 마냥 애완동물 하나 키워 관리하는 것보다는 아직은 이게 낫다. 그러나 목줄과 밥줄이라는 것에서 어쩌면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아도 참 욕심 없이 산다면 느슨한 조임과 출출한 굶김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경기가 바닥인 가운데 목줄은 있는 것인지 거기에 찾아드는 밥줄은 또 있는 것이냐, 동그란 삶을 갈구하는 우리의 인생, 아우성이 빗발치는 현세의 무덤 아닌 무덤 같은 곳에서 에라이 천방지축 마골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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