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노래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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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46회 작성일 22-12-19 08:57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21216)
이별 노래 / 정호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시감상)
연말이다. 끝이며 시작이다.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시를 선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會者定離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이별의 대상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누구든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남는 사람의 몫이 아름다우면 좋겠다. 사랑을 위해 침묵하고, 사랑을 위해 사라져 주고, 사랑을 위해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된다는 것. 믿음도 소망도 사랑이라는 기반 위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점점 이별이 두렵지 않은 나이가 되어간다. 그저 이름만이라도 기억하며 노래하는 별이 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대상에게.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남 하동, 경희대 대학원, 소월문학상 등 다수 수상, 시집(슬픔이 택배로 왔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