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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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
이상국
아버지 송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시해설/이문재 시인>
한반도에서 겨울을 난 기러기 부자가 동해안 상공을 날고 있다. 시인이 나중에 덧붙인 글에 따르면, 기러기 부자의 대화는 더 이어진다. 시베리아 항로가 처음일 어린 아들 기러기가 묻는다. '아버지, 그럼 우리에게 날개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아버지 기러기 왈, '그걸 알면 내가 왜 하늘을 날겠느냐.' 하늘을 날건, 땅 위를 기건, 물속을 헤엄치건, 우리는 모른다, 왜 날고, 기고, 헤엄치는지. 아들아, 그러나 일단 날아올랐다면,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시베리아는 멀다.
<감상>
십여 년 전 타계하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견디는 것이라고
그래,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자 라고 했던가
저 시퍼렇게 날 선 고해를 건너가야만 하는 나의 운명이여
끝까지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묘수는 없다
죽든, 살든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뚜벅뚜벅 나만의 행마법으로 무작정 天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왜?"라고 묻지 마라 추락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시베리아는 멀다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콩트 형님^^ 한 해 정말 고생하셨어요....
자전거 패달처럼 꾹 밟고 돌려야 하는 세상이지만,
어느 언덕 위 거목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입니다.
마음이 편해지네요...박완서 선생님 말씀도
이상국 시인의 시처럼 시베리아는 멀지만,
마음에 담고 있는 한, 행복한 느낌입니다. 시베리아라는 목표지가 있으니까
그것만이라도, 달에 다녀와 허무한 생각에 가득한 것보다는
못 가더라도 가고 있다는.....느낌
시마을에서 이렇게 잠시잠깐이지만 마음을 놓고 한 해 지낸 거 같아 포근했어요...
2023 토끼해 정말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가이시다. 표범처럼 뛰는 거 보다는
이제는 풀밭을 거닐듯 단순하게....
건강하시구요....
따뜻하게 머물다 갑니다.
콩트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작소 시인님,^^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강녕하시길 빕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달프지만 시인님의 말씀처럼
저 역시 오장육부에 박힌 돌덩어리가 시시때때로
속내를 후벼 파지만 모르는 척 내장 깊숙이 담아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임인년 마지막 날에 생각지도 못했던
호빵 보다 더 따뜻한 情을
시인님께서 나눠주시어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감사드리고요,
시인님께서 올리신 시어를 떠올리며
이 순간 하느님께
우리 모두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