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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시간/ 박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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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회 작성일 23-01-20 10:01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023.01.20.)


기다리는 시간박정옥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며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토마스 만)


  스크린 도어가 수없이 열렸다 닫히는 동안 그 많던 물방울들이 스폰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미처 흡수되지 못한 작은 물방울 약속을 실어야 할 남행 열차는 또 한 번 출발 중이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너는 더욱 반짝거리며 탱글탱글해지고 나의 기다림은 자폐증을 앓으며 조금씩 물컹거린다 너를 기다린 한 시간이여, 나의 지금은 쓸쓸한 과거로 내몰리고 있고 아직 너의 사고 소식은 없다 너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는 초조가 어쩌면 행복하다 너를 기다린 시간은 역사가 되었으므로 차라리 편안하다 너에 대한 예감이 눈물을 흘리고, 내게 1%도 관심 없는 시선들에 공포를 느낀 나는 표면장력을 일으키며 오그라든다 희망 없이 기다린 나의 초조는 어느 화병에서 새싹을 틔울 수 있을까 흔들리기도 전에 증발해 버린 자폐의 시간 오는 길에 애인을 만났다는 전화 속 너의 목소리 돌아오는 길 버스 안 텅, 빈 나의 옆좌석과 가파른 골목 계단에 앉아 나도 한없이 너이고 싶었다


(시감상)


약속, 기다림, 만남, 이별, 여행, 이 모든 행위에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행복할 수 있다. 막상 만나고 나면, 여행을 떠나고 나면, 이별 후 라는 전제를 붙이게 되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만나기 전, 기다릴 때, 이별을 하기 전, 여행을 떠나기 전이 가장 설레고 좋을 때다. 기다림의 근처를 서성거리다 보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헛된 약속에 기대 살지 말고 과감하게 체념하거나 포기하거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기다림은 고통이다. 상대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 더 고통이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한 해가 되자. 나를 기다리게 하지 말자. 헛된 약속을 툭툭 함부로 던지지 않는 진중한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가 힘들면 내가 더 힘든 것이 인생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정옥 프로필)


경북 청도, 계명대 영문학, 시와 산문 신인상, 김포문학상 대상, 김포문화재단 지원금 수혜 시집(마침내 사랑이라는 말)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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