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양해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3-01-27 20:02본문
신문지
=양해기
곧 사람들의 눈길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신문지를 반으로 접었다가 폈다가 그리곤 탈탈 털어내는 이 같은 행동을 지금 몇 시간째 반복하고 있는 사내
도서관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고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사내
오래된 신문지 한 장에 그토록 털어야 할 것이 뭐가 있다고
접었던 종이를 또다시 펴고 털어내고 있을까
어떤 충격에 생각이 부러지자 표정마저 사라진 사내는 계속해서 낡고 빛바랜 신문을 접었다 폈다 털기를 반복했다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강제로 사내가 끌려나간 후 그가 펼쳐놓은 신문지에는
몇 해 전 새벽 이 도서관을 나서던 여고생 뺑소니 사망 사고가 실려 있었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1월호
얼띤感想文
이 시를 읽으니까, 싱가포르가 떠오른다.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일컫기도 한, 도시국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선진국으로 나간 국가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정치적인 제도가 있었다. 부패방지법, 이를 제정한 싱가포르 초대총리 리콴유가 있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했다. 그건 부패방지법, 부패를 고발하는 국민, 탐오조사국(CPIB)이다. 경제학을 창시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분업을 얘기했다. 한동안 이것은 먹혔고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발전했다. 21세기는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일찍이 다산은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고 썩은 법을 그대로 둔다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백성은 고통으로 신음한다.”라고 했다. 더 나가 경희대 강효백 교수는 “문명은 홍수와의 투쟁에서 발생했고 국가는 부패와의 투쟁에서 발전한다.”라고도 했다.
신문지를 펼쳐보면, 여고생의 뺑소니 사망 사고만일까 싶다. 신문지를 펼쳐보면 가장 청렴하고 결백해야 할 국가 공무원의 행태부터 전반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일까. 한 시인이 털고 털어내고 싶어도 빛바랜 신문처럼 접었다 폈다 가는 한 세상, 그러나 우리는 이를 고발하고 근원적인 문제를 파헤치며 근절할 때까지 방법을 찾아야겠다.
젊은이들이 애써 공부한 실력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국가, 또 충분히 발휘하게끔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갔으면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