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밀도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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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회 작성일 23-02-01 21:51본문
나비의 밀도
=서안나
나비를 접으면 헛꿈이다
꽃의 고요를 훔친 자
귀인(貴人)은 그렇게 온다
돌사자와 별을 어깨에 이고 이마에 두 눈을 그려
가시밭길을 뒹굴고 여린 것을 이끌고 병들고 쇠잔한 늙은이를 부축하고
회심곡을 부르면 쟁쟁 바라 소리가 나며 아픈 곳에 물병을 부어주며
돌 속에 두 다리를 묻은 용두관음
두 눈을 부처처럼 내리깔고 꽃에서 꽃으로 불의 필체로 허공을 채우는
나비는 모서리가 없다
나비는 한 번 죽은 마음
밤이 뾰족해진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1월호
얼띤感想文
우리가 아는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은 민가에서 통하는 그런 마지막 왕이 아니었다. 끝에는 동맥을 끊고 자결하여 당나라에 대한 항복을 피하려고 했다. 중국 낙양에서 발견된 어느 백제인의 묘비석을 두고 밝혀진 새로운 역사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백제의 철옹성이었던 마지막 성 웅진, 그 성주는 예식이었고 여기서 항전을 준비하는 찰나 예식의 배반으로 끌려나가게 된 것이다. 예식의 묘비에 적힌 글을 옮겨보면 其大將禰植 又將義慈來降이라 써놓고 있다. 예식은 당에 들어가 큰 장군이 되었다가 57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백제의 멸망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뒤바꾸어놓았다. 그 후 나당의 연합과 고구려의 멸망이 있었고 우리의 삶의 터전은 한반도로 축소되고 말았다.
나비는 시의 객체다. 밀도는 빽빽이 들어선 정도,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벌집이나 벌통에서 꿀을 채취하는 도구 같은 것으로 비유를 둔 것이다. 굳이 한자로 표기하자면 密度가 아니라 蜜刀다. 시의 끝에 나오는 문장, 밤이 뾰족해진다는 말도 재밌는 표현이다. 針침 같은 것이 연상되지만 침대寢臺의 寢침으로 닿으니까 말이다. 나비가 날고 나비는 사라졌다가 다시 날아든 나비를 볼 때 죽었다가 일어서는 용두관음 그 관음증 허공을 채우는 것은 가히 허공일 뿐일진대 우리는 살아 두 눈 부릅뜨고 불구덩이를 본다. 들어갈 수 없는 어떤 구멍처럼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간다고 했나, 그 구멍 오늘도 회심곡을 두드리며 가시밭길 같은 밤길을 재워놓는다.
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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