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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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 정건우
아버지, 오늘은 영이 맑으신지
병실에서 나와 바라보시네
저 창 밖 깊은 계곡에, 구름이 내려앉은 능선에
바람이 부는지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에서 손짓하는 것들
양미간을 좁히고 조준하듯이 보고 계시네
옆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니
아버지는 이제 아버지를 한참이나 초월하신 도인이네
눈물이 그렇게 말하는데
저 이슬은 아마도 삼만 년 전 것일 듯
안개로 구름으로 비로 억겁을 떠돌다 지금은
다시 구름으로 저 능선에 앉은 것인데
아버지, 그것을 알아보시는지 우시네, 아니 웃으시네
삼 만 년 전, 그 웃음과 눈물의 경계마저 허무시네
저 손짓이 낯익은지 눈이 빛나네
당신 몸을 빌려 살았던
온갖 것들 소리가 저 계곡에 가득하네
아버지, 오늘은 영이 맑으시네
당신이 거느리신 영혼의 그늘 속에서
이슬도 초롱하네.
<약력>
대한민국 시인 정건우는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부를 졸업했다. 격월간 『좋은문학』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시집에 『생각하며』,『날것』공저『수직의 거리』등 다수가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이다.
<감상>
무릎이 꺾여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조석으로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 죄였으리라 효자는 미래를 살고 불효자는 언제나 과거의 독살에 갇혀 살고 있음을 당신은 아는가 어느 영이 맑은 날이었으리라 침상에 기대어 천화를 꿈꾸시던 나의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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