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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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4회 작성일 23-02-26 12:32본문
홈
=안미옥
얼음의 살갗을 가진 얼굴도 있다 녹아 흐르면서 시작되는 삶도 있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도망치듯 사라져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무 탁자에 생긴 아주 작은 홈 이상한 기분을 가진 적 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가게는 멀리 있고 심부름을 다녀오면 사라져버릴 사람과 남아 있을 빈 의자 한 손에 달콤한 사탕이 들려 있다 해도 다음에 다시 만나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왔다가 사라지고 왔다가 사라지는 창밖에 다 녹을 만큼만 눈이 내렸다 빛도 어둠도 없이 막아서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를 냈다 우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걸 몰랐다 참을 줄 아는 사람은 계속해서 참았다 모두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모두에겐 아주 무거운 상자 무릎이 아픈 사람이 자주 무릎을 만진다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참 따듯하다
얼띤感想文
시제 “홈”은 시인 안미옥의 새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에 실은 序詩다. 홈은 순수 우리말로 물체에 길게 팬 줄이나 어떤 구멍 혹은 틈새를 말한다. 또 한 편으로는 가정이나 집을 영어로 표현한 홈(home)도 있다. 그러니까 시제만 보더라도 가정을 바라보는 시인의 성찰과 거기서 빚는 자아의 시찰視察 즉, 어떤 미흡이나 반성의 의미가 드러나 보인다. 물론 이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이 시와 더불어 투시한 내면의 성찰이 글과 아우러져 감상으로 빚어낸 어떤 오류적 표현일 수도 있으나 그렇게 읽고 싶었다.
홈은 따뜻하다. 어머니의 가슴처럼 어머니의 말처럼 늘 가까이 지켜보는 창밖의 수호신처럼 무릎 같은 인자로 어둠마저 덮어 버리는 빛이었다. 우리가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아주 작은 사회적 단체 가정을 저버린다면 그 어떤 일도 성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옛말에 家和萬事成이라는 말도 있었다. 나에게 아주 무거운 상자는 무엇인가?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무모한 도전도 있으리라, 위험이 없는 안전은 없을 것이다.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다. 그러나 참 따뜻하다. 홈을 바라보고 나의 홈은 무엇인지 먼저 깨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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