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 =김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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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3-03-01 21:49본문
야행성
=김삼환
북카페 ‘달의 연못’ 벽돌담을 끼고돌며
어둠 속의 어둠을 어둠으로 몰아가는
가로등 흐린 불빛에 불을 켜는 길고양이
마시다 만 찻잔 안에 달그림자 들어앉아
저음으로 교신하는 어느 별의 신호기에
허공에 그리는 그림 어룽지고 있는 걸까?
*계간 《시산맥》 2023년 봄호
鵲巢感想文
위 시는 연시조다. 연시조는 초ㆍ중ㆍ종장으로 이루어진 평시조를 한 연으로 하여 2연 이상 중첩되는 시조를 말한다. 시도 그렇고 시조도 마찬가지다. 글로 작가의 마음을 그려놓는 작품이다. 물론 이 시를 읽는 나의 마음을 보는 듯하고 이는 곧 작가의 마음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겠다.
한 편의 시는 어둠 같은 것으로 먼저 다가와 나의 내면적 어둠을 일깨우는 일인데 읽다가 보면 어둠으로 몰아간다. 그것은 마치 애완묘든 애완견이든 내 곁에 있는 시집 한 권 몰입하며 공부하는 일련의 수련이다. 그 과정에 핀 공부가 마시다가 만 찻잔처럼 미완성일지언정 이상향을 그리는 것은 그릴 수 없는 달그림자이려니, 이 밤 허공에 어룽지고 있으니
달의 연못과 달그림자, 어둠 속의 어둠과 어느 별의 신호기, 가로등 흐린 불빛과 허공에 그리는 그림, 길고양이와 시제 야행성은 참 대조적이다.
여기서 토황소격문으로 유명한 최치원 시를 한 편 읽어본다.
秋夜雨中 비오는 가을 밤
=최치원
秋風唯苦吟 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홀로 괴로워 읆으니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온 세상 나를 알아주는 이 없구나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창밖은 삼경일제 비 주룩주룩 내리거니와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등불 앞 마음은 만리를 가누나
한시로 오언절구다. 가을바람과 온 세상, 창밖과 등불 앞, 어두운 밤 비 주룩주룩 내리는 것과 만리를 가는 마음은 참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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