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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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회 작성일 23-03-07 21:55본문
사실
=진은영
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
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
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
한양대학교 옆 작은 돌다리에서 빠져 죽은 내 짝은 참 잘해줬다, 사실은
전날 내게 하늘색 색연필을 빌려줬다
늘 죽은 사람에게는 돌려주지 못한 것이 많다, 사실일까
사실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을 텐데
노래가 여기저기 떠도는 이유 같은 거
그 사람이 꼭 죽어야 했던 이유 같은 거
그 이유가 여기저기 떠도는 노래 같은 거
사실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짝은 입을 꼭 다물고 건져졌다는데
말할 수 없다
그 애가 들려주려던 사실
어둠의 긴 팔에 각자 입 맞추며 속삭였다
산 사람대로 죽은 사람대로 사실대로
얼띤感想文
시제 ‘사실’은 실제로 있은 일이거나 현재의 일로 명사형으로 쓰이기도 하고 실제 있어서라는 사실, 부사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 시에서 ‘사실’은 어떤 형태미와도 같은 시적 압운押韻의 역할도 한다.
시에서 논한 물에 빠진 아이는 시인의 옛 학교 동창으로 한때는 짝이었다는 사실, 그것은 친구의 얘기로 시의 객체인 독자를 비유로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그러고 보면, 별들이 움직이지 않는 물 위를 고요가 흘러간다는 사실은 북두칠성이라는 두레박을 들고 깜깜한 밤하늘을 퍼 올리는 행위 즉, 시 읽기에 몰입하는 것으로 말이다.
물에 빠진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 오늘 밤에도 그 애가 친지들의 심장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물을 무사히 건넌다는 사실, 모두 그 일련의 과정이다. 사실, 한양대학교 옆 작은 돌다리에서 빠져 죽은 내 짝은 참 잘해줬다는 데에서 실지 빠져 죽었겠느냐는 의문이 일기도 한다. 왜냐하면, 시적 유희에서 오는 어떤 글쓰기의 과정으로 본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굳이 꼭 친구가 죽거나 죽어야만 이 시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다. 그러니까 이 시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뭐냐에 따라 허구성의 글쓰기가 허용되는 범주에 있다는 말이다.
죽은 사람에게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다. 이는 시 인식 부족에 대한 묘사며 그 결과는 노래처럼 떠도는 유언비어와 그 결과 죽음의 당위성을 유추하는 일, 여기서는 그 사람이 꼭 죽어야 했던 이유 같은 거 그 이유가 여기저기 떠도는 노래 같은 거로 얼버무린다.
시의 다음 단락에서 ‘내 짝은 입을 꼭 다물고 건져졌다는데’ 행을 한 번 띄우고 시인은 ‘말할 수 없다’라며 단정했다. 어둠의 긴 팔에 각자 입 맞추며 속삭였다는 데에서 무언가 의사소통의 단절인 것만은 분명하고 실지 죽은 것은 실지 죽은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끊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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