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베이커리처럼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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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5회 작성일 23-03-09 16:26본문
결심은 베이커리처럼
=박연준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나를 잘 아는 건 나의 결심들 가령 하루를 스물네 개로 치밀하게 조각내서 먹는 사과가 되겠다든지 밤 껍질 대신 뼈를 혹은 뼈 대신 고개를 깎겠다는 것 사람의 얼굴 양쪽에는 국자가 달렸으니 무엇이든 많이 담아 올리리라 국자가 아니라 손잡이라든가 그렇다면 뭐든 뜨겁게 들어 올리리라 여하튼 입을 벌리고 살지 말자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건 내 결심들 한밤의 기차에 올라 옥수수를 너무 많이 먹어 입안이 감당 안 되는 느낌처럼 무엇보다 창피스러운 건 떠나면 후회할까 봐 후회를 떠나지 못하는 신선한 베이커리 빵집처럼 언제나 당일 아침에 만들어서 당일 밤에 폐기하는 결심들만큼 영원히 나를 잘 모르는 것도 없다
얼띤感想文
우리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나에게 주어진 하루는 빵이다. 그 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생각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 매일 아침에 어떤 기도는 있었던가! 결심은 있었던가! 무의미한 시간의 냄비에 아무거나 퍼 올린 국자처럼 지내지는 않았을까! 하루라는 선물 present, 빵처럼 몽싯몽싯 피어오르는 온기와 향으로 제삼자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따뜻하게 피어올랐는가! 그 결심들, 어느 날 갑자기 이 선물이 나에게 배달되어 오지 않는다면 그간 받은 선물은 충분히 가치적이었던가! 그 대가는 어떻게 치렀는가? 50여 년의 삶의 기록들 밤 기차처럼 곧장 달려온 지금, 칸칸 무엇을 채웠던가! 다시 또 봄이 오고 벚꽃은 곧 피겠지. 한 면은 어둠으로 한 면은 빽빽이 까발려놓은 옥수수 알처럼 치매가 모르는 그 결심의 순간들, 후회가 후회를 못 알아보는 것처럼
아! 생각만 가져도 아찔한 밤의 기차였다.
사마천은 九牛一毛라 했다. 소 아홉 마리 중 털끝 하나에 인생사를 비유했다. 인생의 제빵사로 나는 무엇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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