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잡히지만 말고 =김상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제발 잡히지만 말고
=김상미
돈 가방을 들고 튀는 여자, 아주 어릴 때부터 온갖 못된 소시지와바나나와하이힐과잭나이프에 짓밟히고, 쫓기고, 유린당하고, 모욕당한 여자, 영화 속이지만 제발 잡히지 말고, 무사히 돈 가방을 들고 캄캄한 마천루, 그 한 가닥 빛 속으로 도망쳐 평생 쓰고도 남을 눈먼돈, 깨끗이 세탁된 돈, 숨기기만 하면 아무도 찾아낼 수 없고 추적이 불가능한 돈, 누구의 돈도 아닌 돈, 아무리 쓰고 또 써도 세금이 안 붙는 돈, 환상의 돈, 제발 잡히지만 말고 원 없이 그 돈 뿌리며 살기를, 그 돈으로 표적 가능한 문신도 지우고, 얼굴도 바꾸고, 비열하고 약독한 자본주의, 그 단말마의 문명이 온몸에 새겨놓은 지독한 상처도 깡그리 지워버리고, 뱃속의 아이와 그 아이를 바라보는 간절한 엄마의 마음으로, 제발 잡히지만 말고 무사히, 영화 속이지만 온갖 개새끼소새끼잡새끼들은 모두 떨쳐버리고, 아무리 격한 폭풍 속이라도 우아하고 세련되게, 아무런 가책도 죄의식도 없이, 돈 가방만 끌어안고 앞으로, 앞으로, 제발 잡히지만 말고, 무릉도원으로, 천국으로, 평범 속으로, 인간답게여자답게엄마답게, 네 천성대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자유롭게, 제발 잡히지만 말고, 제발 잡히지만 말고......
얼띤感想文
시집에 나온 문장 그대로 타자했다. 띄어쓰기하지 않은 곳도 있어서, 의도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돈 가방을 들고 튀는 여자는 시의 독자겠다. 내내 읽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여자 또한 如字지만, 영화를 누린 저 여자를 보며 과연 돈 가방은 제대로 가치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 푼이라도 들어온다면 그건 돈 가방이다. (사실 나는 돈 가방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 최소한 시인의 시집을 돈으로 샀으니까) 그러나, 자본주의 세계에 우리나라 물가 사정을 읽는다면 시집 한 권 내서 내 씀씀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할 거 같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돈 가방이라면 나는 주식시장을 들겠다. 그야말로 돈 가방이다. 종잣돈(시드머니) 1억이면 한 달 충분히 쓸 돈은 나온다. 욕심만 부리지 않고 각종 술을 체득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에휴 시를 읽어야 하는데 딴 곳으로 갔다.
그러나 돈에 대한 욕망은 시인도 마찬가지지만 일반인은 더욱더 그렇다. 아무리 쓰고 또 써도 거기다가 세금까지 안 붙는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돈이다. 물론 이 또한 세속적이다. 시에서 말하는 것은 술 그러니까 각종 문장의 기술을 들키지 않고 인간답고 여자답고 엄마 같은 교본 그 천성은 지키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자유롭게 독자를 향한 돈 가방으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읽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