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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동계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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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3-03-1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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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김 현

 

 

    나고야횟집에서 나와 두 사람 눈 내리는 강원도에 가기로 했다 수복아 눈 내리는 강원도에 뭐가 있어서 학수야 눈 내리는 강원도에 두고 온 게 있다 두고 왔다니 두고 왔다 1392년에 무너뜨리고 도읍하여 세웠다 너는 조선 사람이구나 두 사람 조선의 겨울 산으로 갔다 슬픔의 무 뿌리가 묻힌 고랭지 밭을 지나서 한때 그들 부모가 아들딸을 낳고 기르기 위해 멀어졌던 것에 가까이 다가서서 두 사람 컴컴한 땅에 불을 지폈다 열정 있다 우리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흔들리고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멈추는 사람 이야기를 해줄게 두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 한 사람이 죽었다 그 허깨비가 한 사람을 자꾸 찾아와서 한 사람은 그에게 하얀 털을 덮어주었다 그 털북숭이가 한 사람의 심금 이제 더는 허깨비가 아닌 허깨비를 따라 동굴 속에 들어간 한 사람을 찾기 위해 한밤 마을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산산이 조각났다 수복아! 수복아! 횃불이 겨울 산을 뒤덮고 마침내 불붙은 겨울 산은 더는 겨울 산이 아닌 채 눈은 다 녹고 그 물이 산 아래로 흘러가 강을 이루고 그 강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건물이 세워지고 사탄의 권세가 등등하고 돈 때문에 사람을 땅에 묻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겨울 산에서 내려갔다 21세기였다 아직 옛날 옛적 동굴로 남은 곳에서 한 사람이 허깨비와 눈을 맞추고 흔들림 없이 눈을 맞았다 동굴에 눈이라니 동굴의 눈이다 계속 눈에 파묻힌 한 사람과 짐승의 뼈를 찾은 건 현대 문명이었다 한 사람 뱃속에 든 것이 사랑이라고 밝혀냈다 영원한 사랑이로구나 학수가 불붙은 것을 들고 산의 오장육부로 들어가 토끼 한 마리를 구해왔다 두 사람 토끼를 꼭꼭 씹어먹고 눈을 꽁꽁 뭉쳐서 토끼의 형상을 만들었다 버찌 두 알을 눈에 박았다 토끼가 깡충깡충 한 사람이 기다리는 동굴로 뛰어가고 토끼가 눈발 위에 남긴 물질이 현대적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수복이 읊조리며 열불 속으로 눈을 던졌다 불꽃이 화르르 밤하늘로 피어오르고 학수는 토끼를 기쁨의 산물로 삼았다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사람이냐 네가 사람이냐 내가 토끼를 하겠다 한 사람이 말하자 한 사람이 너를 잡아먹겠다 단호박일세 자네 끝낼 거면 화끈하게 끝내자 두 사람 불씨를 각자 호주머니에 챙겨넣고 조선의 겨울 산을 거기 그대로 둔 채 산에서 나왔다 조선의 불이 현대 문명 속에서도 타올라 흰 연기가 자욱했다 하얀 털을 뒤집어쓴 한 사람이 잠에서 깨어 동굴을 빠져나왔다 수복아! 수복이구나! 마을 사람들이 기침하는 수복이를 향해 횃불을 던졌다 헛것을 태워버리려고 불꽃 위로 하얀 눈송이들이 떠올랐다 진실의 기포가 수복의 입술에 맺혔다 인제 그만 강원도로 가자 내 오장육부가 거기 있다 나고야횟집에서 나온 학수가 부모 모신 곳을 향해 큰절을 두 번 올리고 천천히 강원도에 들어섰다 학수야 수복이가 허깨비의 말로 학수를 부르고 학수는 단번에 알아채버렸다 우린 아직 흔들리고 이야기되고 그렇게 겨울이 지나갔다

 

   얼띤感想文

    이 시를 읽고 느낀 점은 신화 같은 것이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단군신화, 물론 시는 단군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시인과 시인의 친구 학수와 수복이랑 나고야 횟집에서 소주 한잔하며 나눈 얘기들 그 얘기에서 나온 화재와 언쟁 물론 그것은 사랑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물론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 신화는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군신화를 쓸 적에는 간석기와 청동기 시대 그 어디쯤에서 구전으로만 통하던 얘기였으니까 여기서 우리의 역사를 잠깐 언급하자면, 사실 반만년이 아니라 1만 년은 족히 보아야 한다. 지금의 내몽고 적봉지대 즉 홍산문명이 재조명받는 실정이라는 사실, 그건 신화에서만 보았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데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민간에서 내려온 고서, 환단고기 내 삼성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조선은 40여 명의 단군이 지배했다는 내용은 영 신화적 가치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겠다. 이웃 나라의 역사 왜곡만 보더라도 우리의 역사 인식을 더욱 돈독히 할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영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렇다. 얘기가 딴 방향으로 흘렀다. 시제 동계는 겨울이다. 이미 지나간 것이고 굳어 버린 한 때의 추억이다. 1392년은 조선의 개국 연도다. 너는 조선 사람이구나, 영 꽝 막힌 얘기만 하고 있다는 말이겠다. 굳이 1392년의 해까지 거슬러 얘기는 왜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자리를 함께한 친구 중 전주 이씨라도 있었던 건 아닌지 하며 유추해본다. 여기서 나오는 인물은 학수와 수복, 물론 시인은 김 현이니까 이학수라든가 이수복, 아니면 강원도로 가 화전민으로 살다가 돈 때문에 현대 문명의 맛을 보며 산 그들의 부모 얘기이거나 이 글을 읽는 시점은 21세기다. 2N1(TWO N ONE)이 지나가고 이것은 분명 허깨비다. 방금 나는 이 허깨비와 눈을 마주쳤다. 학수가 불붙은 것을 들고 산의 오장육부로 들어가 토끼 한 마리를 구했다. 토끼를 비유 놓은 것에 잠깐 웃음이 일기도 한다. 그만큼 빨랐다는 얘기다. 허깨비 같은 것이 순식간에 머물다 간 바닥을 보고 있으니까(어쩌면 시인은 이러한 것을 노리는 건 아닐는지 하며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학수는 토끼를 기쁨의 산물로 삼는다. 영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글을 읽고 떠오르는 발각 같은 것이다. 이것은 분명 1392년의 해와는 다르며 잠시 머문 시점에 발각은 현대다. 현대 문명 속에서 타올라 흰 연기로 자욱한 이 시점 수복아! 수복이구나! 여기서 왜 갑자기 가락국의 신화가 떠오르는 건지, 천지가 개벽한 이후로 이 땅에 아직 나라의 칭호가 없었고, 군신의 칭호도 없었다. 거북아 거북아 네 목을 밀어라 만약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여기에 사람이 있는가? 구간이 말했다. 우리가 있습니다. 또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구간이 다시 대답했다. 구지봉입니다. 수복이는 횃불을 던졌다. 하얀 눈송이가 거침없이 내려오는 마당 강원도까지 간 내 오장육부를 훌 뜯어내고 나고야 횟집의 얘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구름아 구름아 네 욕조에는 무엇이 있고 받아 놓은 물은 있는가? 심장이 쿵쾅거리며 떨어져 나간 이곳은 다만 바람이 불고 덜컹거리며 뒹구는 스티로폼뿐이다. 어두운 골목길 지나는 차 한 대가 그것을 보지 못한 건지 보고도 못 본채 한 건지 그냥 스츠르륵 부서지는 얼굴, 기억은 스츠르륵 더욱더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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