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와 물 =황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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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물
=황유원
다리 아래로 지금도 물은 힘차게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말하는 사이에도 다른 물이 밀려와 저 너머로 다시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있고 모든 게 흘러가고 있고 다리는 굳건하고 다리는 흘러가는 물과 함께 늙어가고 아래로 흘러가는 물을 굽어보며 늘 처음인 듯 오랫동안 서로 얼굴을 맞댄 사이인 듯 아무려면 어떠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물을 쳐다보고 물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저 다리를 쳐다본 적이 있고 저기서 미련하게 자리를 지키며 멍청할 만큼 제자리를 지키며 물만을 바라보는 다리를 물은 사랑할 것도 같고 증오할 것도 같고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모두 흘러가고 흘러가고 흘러가 다리는 마침내 늙어서 무너지고 물은 부서진 다리의 조각들을 자신의 깊은 곳에 가라앉히고 흘러가고 흘러가고 흘러가며 쓰다듬고 쓰다듬고 쓰다듬어 다리가 물과 섞여 더는 어느 게 다리고 어느 게 물인지 물도 다리도 이제는 알 수가 없고
얼띤感想文
시제 ‘다리와 물’을 읽고 있다. 여기서 다리는 인공적인 산물이다. 이에 반해 물은 자연이며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인공적인 건 아니라도 다른 단어를 대체해서 읽어본다. 민족 아래로 지금도 역사는 힘차게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말하는 사이에도 다른 역사가 밀려와 저 너머로 다시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있고 흘러가고 있고 모든 게 흘러가고 있고 민족은 굳건하고 민족은 흘러가는 역사와 함께 흡수되어가고 아래로 흘러가는 역사를 굽어보며 늘 처음인 듯 오랫동안 서로 얼굴을 맞댄 사이인 듯 아무려면 어떠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역사를 쳐다보고 역사는 각자 다르지만, 모두가 저 민족을 쳐다본 적이 있고 저기서 미련하게 자리를 지키며 멍청할 만큼 제자리를 지키며 역사만을 바라보는 민족을 역사는 사랑할 것도 같고 증오할 것도 같고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도 모두 흘러가고 흘러가고 흘러가 민족은 마침내 흡수되어서 무너지고 역사는 부서진 민족의 파편들을 자신의 깊은 곳에 가라앉히고 흘러가고 흘러가고 흘러가며 쓰다듬고 쓰다듬고 쓰다듬어 민족은 역사와 섞여 더는 어느 게 민족이고 어느 게 역사인지 역사도 민족도 이제는 알 수가 없고
역사 속에 사라져 간 민족은 또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적어본다. 한반도에만 보아도 고대로 올라가보면, 여러 민족이 있었다. 예족과 맥족, 말갈과 숙신, 부여, 거란과 여진, 돌궐과 선비, 흉노와 훈족들 그들의 말과 언어는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자손은 동이족의 한 계통으로 흐르고 또 다른 역사의 흐름에 묻혀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 인류의 역사는 흐른다. 그러나 이 인류의 역사 또한 우주의 역사 속에 한 지류처럼 가고 있다는 것 언젠가는 마를 날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만큼은 흐르는 과정에 있으므로 굳이 저 먼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마는
융기한 氣가 있다면 다하는(盡) 그날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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