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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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317)
벚꽃엔딩/ 박기준
새벽 4시가 이불을 흔들었다 놀라 잠에서 깬 자명종 새벽이 풍경을 보고 있다 고층 아파트 몇 집은 어둠을 밝히고 욕망과 뒤섞인 새벽 배송 발걸음 일용할 양식을 배달해 주는 주님도 힘겹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 졸음을 태운 버스, 꽃을 보겠다고 철없이 모여든 비, 하루하루 떨어지는 봄날, 팝콘 같은 꽃눈이 쌓였다 젖은 낙화의 흙빛 표정, 길에 붙은 반짝이는 꽃눈은 통속을 거부한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빗자루 서늘한 새벽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마음처럼 가벼운 연분홍 꽃잎, 저축처럼 쌓였다 생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순간 삶이 이끄는 대로 춤추며 공중제비를 돈다 저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허탈한 손이 바람에 흔들렸다 화장을 마친 길 사이로 새들 환상이 소리치고 효월은 인사도 없이 떠났다 동그란 얼굴로 아침을 만든 태양, 출근이 내년 봄을 향해 걷는다 꽃비 내려 사진 찍던 아침, 그 안에 한 사람이 있다 지나가는 청소차가 부르는 노래, 벚꽃엔딩
(시 감상)
봄은 오케스트라다. 그가 협연하는 곡은 연둣빛 색채를 지닌 음계의 층으로 만든 화음이다. 새벽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생명을 주는 것 같은 새벽노을이 스란치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이윽고 다가오는 동그란 얼굴들, 생기 있는 모든 생명이 연주를 한다. 잠시 차를 세우고 그들의 황홀한 연주에 귀를 세운다. 마음이 밝은 날의 모든 엔딩은 벚꽃엔딩이다. 무수하게 내리는 꽃비의 한 컷을 ‘찰칵’ 당신에게 보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기준 프로필)
경기 출생,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학고을/ 시사 문단 신인상, 경기 노동 문화 예술제 수상, 한국디지탈 문학상 수상
박기준 시인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형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신 시 저도 잘 읽었습니다. 시어 하나하나에 감정까지 잘 섞여 있어 문장 하나하나가 시인의 마음을 잘 담아 마음 애뜻하게 읽었습니다. 특히 연분홍 꽃잎, 저축처럼 쌓였다에서 저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음이 갑니다. 벚꽃을 즐기고 싶은 마음 인생의 벚꽃은 피었지만, 진정한 벚꽃은 정말 즐긴 것일까 하는 마음까지 어쩌면 그게 사는 거지 뭐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그게 벚꽃처럼 열심히 핀 것이라 하겠지만,
아무튼 주신 시 저도 잘 감상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형님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올려주신 작품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