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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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김경주
한 번은 쓰다듬고
한 번은 쓸려 간다
검은 모래 해변에 쓸려 온 흰 고래
내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지갑엔 고래의 향유가 흘러 있고 내가 지닌 가장 오래된 표정은 아무도 없는 해변의 녹슨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씹어 먹던 사과의 맛
방 안에 누워 그대가 내 머리칼들을 쓸어내려 주면 손가락 사이로 파도 소리가 난다 나는 그대의 손바닥에 가라앉는 고래의 표정, 숨 쉬는 법을 처음 배우는 머리카락들, 해변에 누워 있는데 내가 지닌 가장 쓸쓸한 지갑에서 부드러운 고래 두 마리 흘러나온다 감은 눈이 감은 눈으로 와 서로의 눈을 비빈다 서로의 해안을 열고 들어가 물거품을 일으킨다
어떤 적요는
누군가의 음모마저도 사랑하고 싶다
그 깊은 음모에도 내 입술은 닿아 있어
이번 생은 머리칼을 지갑에 나누어 가지지만
마중 나가는 일에는
질식하지 않기로
해변으로 떠내려온 물색의 별자리가 휘고 있다
얼띤感想文
시인께서 쓴 머리카락은 시를 상징한다. 머리카락과 대치되는 시어로 여기서는 음모다. 음모는 陰毛이기도 하고 陰謀같은 뜻도 될 수가 있다. 머리카락과 그 성질이 같은 陰毛는 역시 까무잡잡한 것으로 시인이 표한 뜻과는 이반 된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곧 진정한 고래의 향유가 아닌 해변의 녹슨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씹어 먹던 사과의 맛이라고 묘사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시의 불찰과 오해 오독을 묘사한다. 고래 두 마리가 흘러나온 것은 서로의 해안을 열고 들어가 물거품을 일으키며 표정과 숨 쉬는 법에 따르는 길, 그러나 그것은 머리카락에 따르는 길은 아니었고 결국 음모로 또 음모같이 되어버린 질식이었다. 결국, 시인은 이를 물색의 별자리가 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시를 마친다.
검은 모래 해변에 쓸려온 흰고래, 정말 멋진 표현이다. 시와는 관계없지만, 검다는 것에 옛 우리말을 떠올려본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鎭川郡은 고구려 때는 今勿奴郡이었다. 통일 신라 경덕왕 때 黑壤郡으로 고쳐 부르기도 한 지명이다. 금물노는 검은 물이라는 뜻이다. 음차표기다. 검은 물이 흐른다고 해서 금물노라 표기한 것이다. 일본의 지명 하나 ‘히타치’라는 것도 해돋이의 우리말 변형이라는 것도 옛 고구려 때 사용한 언어였다. 샘물은 시즈미라 하는데 고구려 때 언어로 일본에서는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 감말 검은 말 낙타, 가무잡잡하다, 가마괴 까마귀, 가모티 가물치, 가마우지 모두 검은 것과 관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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