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짐에 대하여/ 라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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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23-03-23 08:25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324)
버려짐에 대하여/ 라현자
남자와 여자는
다락방이 딸린 연탄불을 때는 집을 지었다
꺼진 불이 선사하는 냉기가 고마워
하루 두 번 참 열심히 연탄구멍을 맞추었다
눈이 멀고 귀에 콩깍지가 끼이듯
콧잔등에 걸쳐 있는 돋보기마냥 달아올라
집게는 떼어내는 일에 이골이 났다
둘은 갈기 전 연탄의 열기처럼 사랑했고
어느덧 둘 사이에 아기가 생겼다
여자는 길가에 타고 버려진 연탄이 되어갔다
남자는 밥을 먹으며
너를 보면 밥맛이 없어진다면서
여자의 영혼에 연탄구멍을 내었다
철없는 밥이 만든 연탄구멍은
엑스레이 사진 속에 오래 기억되었다
질척한 땅 위에 연탄재를 밟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남자의 등 뒤로
기름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감상)
이별. 어떤 종류의 이별이든 누군가는 떠나고 남는 것이 이별이다. 정작 이별할 때가 되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정말 누가 남은 것인지, 떠난 것인지. 그대의 영혼에 내가 구멍을 낸 것은 아닌지, 그 상처로 인해 타고 버려진 것은 아닌지, 우리는 이별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가끔 삶의 본질을 망각할 때가 있다. 마치 죽자고 이별하는 듯 산다. 이별해도 치사한 이별은 안된다. 깨끗하게 서로 축복을 빌어주며 이별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이별법이다. 늘 남는 사람이 더 아픈 것이 이별이다.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른 삶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라현자 프로필)
전북 부안, 조선문학/ 시조사랑 등단, 시조집 (갯메꽃) 시집 (빨래를 널며) 외
라현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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