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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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50회 작성일 15-09-26 10:52본문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빛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산문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살모, 쑥부쟁이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불거져
물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알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수는 있을까
* 감 상
시가 풍기는 이미지가 그리움, 외로움, 다정함, 사랑등 내가 좋아하는 서정들이
풍경 전체에서 묻어나온다
0, 머루 한 가지 꺾어
물위로 무심히 흘려 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을까 하고,.........외로움
0,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불거져
물위로 흘러 내리면..................다정함
0,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알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사랑
0,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수는 있을까................그리움
더우기 시의 제목이 시월이어서 가을의 쓸쓸함 마저 스며 있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에 물든 심상心像이 잘 표현된 시라는 느낌..
좋은 시를 읽다 보니,
문득 부족한 제 졸시 하나도 떠올라 감상을 代하여 옮겨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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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우거진, 오솔길에서
단풍이 타오르는 호젓한 길 주변(周邊)에
차가운 시냇물의 향기가 그윽한 날에는
각혈하는 산들의 신음을 들으며
숲으로 길게 드리운 오솔길을 거닌다
흘러간 세월 위에 잘못 붙여진
나의 헛된 장식(裝飾)을
무리지어 흐르는 가벼운 구름에 실려 보내고,
낯선 미지(未知)의 풍경에 벌거벗은 몸으로
숱한 햇빛 속에 메마른 가슴을 드러내면
오래 전에 놓여진 삶의 함정들은
이젠, 더 이상 눈익은 쐐기가 될 수 없어
저 멀리 어두운 언덕을 따라 뒷걸음 친다
숲에 깃드는 새로운 침묵은
맑은 목소리로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고
나는 짐짓, 삶의 마지막 감동으로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초롬히 끌어안고
새로이 시작하는 순박한 언어(言語)로
너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사색은 잠시 미정(未定)인 양,
홀로 자유로워
고요에 고요를 덧보태는 시간 속에서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빈 줄과 공백으로
가득 가득 채워진
나의
가장 긴 편지를......
湖巖님의 댓글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 전에 놓여진 삶의 함정들은
이젠, 더 이상 눈익은 쐐기가 될 수 없어
저 멀리 어두운 언덕을 따라 뒷걸음 친다
숲에 깃드는 새로운 침묵을
맑은 목소리로 깊어가는 계절을 알려주고
나는 짐짓, 삶의 마지막 감동으로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함초롬히 끌어안고
새로이 시작하는 숨박한 언어로
너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특히 이 부분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