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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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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80571 =박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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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3-03-2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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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71

=박규현

 

 

    어디 있어? 찾아다닌다 만질 수 없는 것 희고 투명한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 재빨리 꼬리를 잘라버리는 것

    여기서는 닭 우는 소리에 깨어나고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하다 수영장에서 물장구치는 우리에게도

    내일이 있다 애써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들을 두고 이곳에 와 있다니

    죄를 짓는 기분 밥을 지으면서도 이곳의 쌀은 몹시 가늘고 길다고 생각하면서도

    도마뱀이다 도마뱀을 보아서 그렇게 외친다 도마뱀이다 너는 도마뱀을 볼 때마다 그 생물을 처음 보듯 신비로워하고

    이 나라의 말로 된 이름을 짓고 집이라는 것을 짓고 싶다 너와 도마뱀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벌레를 찍어 누를 때 두 손을 모아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누군가 아플 때 외국어로 약국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연습하는 사람

    어디 있어? 한국에서 연락이 오면 나는 지상낙원이야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고 수영장 속에는 깊이 잠수하는 네가 있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고 찬바람을 쐬면서 모든 것이 괜찮아지고 있다고 젖은 머리카락을 쥐어 짜며 걸어 나올 너를 잘 개어서 채소칸에 넣어 두어야겠다고

    정면에서 보면 나의 친구가 비뚤어져 보일 수도 있겠으나

    도마뱀과 같이 몸을 엎드리고 네가 사라지는 틈을 기다리면서

    냉장고 문을 닫고 들어간다

 

   얼띤感想文

    빌어먹을 이런 난장, 히히 그냥 웃자고 타자해 보았다. 아주 멋진 시다. 80571 여기서 꽉 막힌다. 그러나 막힐 필요도 없다. 일종의 수인번호이자 갇힌 시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도 석연찮은 것도 있다. 시인은 시적 측면에서 보면 지금 외국에 있다. 80571은 인도네시아 우편국 번호라는 점, 시적 방향으로 보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한 호소문 마음이다.

    이 시에서 사용한 눈여겨볼 만한 시어를 나열해 본다. 주로 동물적인 것에 주목한다. 닭과 도마뱀, 벌레다. 어찌 보면 인간과 이질적이다. 어찌 보는 것이 아니라 완전 이질적이다. 소통의 부조화다. 초식적 시어도 보겠다. 쌀과 채소를 보자. 쌀은 우리 것과 다르다. 가늘고 긴, 채소를 보관하는 칸의 어떤 작용은 노트처럼 와 닿는다. 와 닿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용이다.

    어디 있어? 찾아다닌다 만질 수 없는 것 희고 투명한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 재빨리 꼬리를 잘라버리는 것, 우리의 사고思顧 한편을 잘 묘사한다. 이는 나이 들수록 더욱 심하다. 건망증과 심하면 기억상실까지도 내가 겪은 일, 떠올리고 싶은 구름과 풍경 한 자락은 순간 일었다가 사라진다. 묘사하기도 전에 말이다.

    우리 것과 다르기는 하지만 쌀처럼 먹을 수 있는 구체 덩어리는 시인이 바라는 미래상이다. 그것으로 밥을 짓는 일은 어쩌면 죄짓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 또한 많은 시를 읽고 감상문이라고 쓰지만, 이는 비록 나를 위한 일이며 구제며 공부지만, 죄짓는 일과 다름없다. 글은 많은 말이므로 완벽한 자연을 훼손하는 일과 별반 차이는 없는 일이다. 그대로 보아 좋은 것에 구태여 하나를 더 보태는 일은 거추장스럽거니와 쓰레기 하나 더 가져다 놓는 일이기에 죄나 다름없다.

    수영장에서 물장구치고 생물처럼 신비롭거나 지상낙원의 꿈은 우리가 바라는 상이지만 소통의 단절과 이해상반은 고통에 가까운 일이다. 여기서 시인은 벌레를 찍어 누를 때 두 손을 모아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누군가 아플 때 외국어로 약국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연습하는 사람,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혹여 벌레 바라보듯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언뜻 스치고, 외국어 대하듯 뭔 개소리여 하며 일 것 같은 그러나 약국처럼 뻥 뚫은 마음을 다잡고 싶은 마음은 시인만의 일은 아니겠다.

    냉혹한 세계는 글만의 세계만도 아니라는 사실, 찬바람은 어느 문틈인들 다 차고 들어갈 수 있다는 점, 오히려 당당히 맞서 대하며 젖은 머리카락을 쥐어짜듯이 긴 글 앞에 두고 무작정 타자하며 달려가는 삶의 생존은 구태여 필요하다는 점 여기에 놓는다. 비뚠 친구는 뒤로하고 냉장고처럼 꽁꽁 언 얼음덩이로 남겨두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한때 봄처럼 참꽃처럼 피었으니까 폐 가득 그 기운까지 흡입했으니까 나는 만끽했노라고

    냉장고 문을 꽉 닫아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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