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리가 아프다 끼리끼리 놀고 끼리끼리 먹고 끼리끼리 웃어대고 끼리끼리 잠자는 제대로 눈물도 나지 않고 분노도 일어나지 않고 감동도 되지 않는 얇아질 대로 얇아진 뼈들이 줄줄이 줄서기만 하는 뇌세포는 췌장세포를 좋아하지 않고 표피세포는 진피세포를 끊임없이 불신하는데도 아까운 5리터의 피 줄서기에 다 쏟아붓고 있는 미쳐서 환장한 갱스터 한 명 없고 사랑에 실오라기 하나 없이 덤벼드는 눈먼 방탕 하나 없는 가증스런 연명(延命)만이 판을 치는 야비한 이 거리 이 거리가 정말 아프다 노회한 조련사들만 우글우글 빛나는 미래로, 미래로 발기불능 자식들을 품에 안고 가는 기름칠한 넓적다리 같은 이 거리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모른 체하고 질겅질겅 껌만 씹어대는 세계화를 찬양하며 스스로 죽어가는 어중간한 이들 어떤 게 좋은 삶이냐고 묻는 아이 하나 없이 거대한 세계 속으로 사그라지는 석양 아무리 잘 지내도 보름달은 결코 뜨지 않을 킬킬대는 지옥의 서문 같은 이 거리 날마다 비탄의 발길로 차고 또 차올려도 거짓말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웃고 있는 영원한 일인칭 이 거리가 아프다
정말 아프다
*김상미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문학동네, 2017)
얼띤感想文
일인칭은 이인칭을 모르고 삼인칭은 더욱 모른다 거리는 온통 외국인 천지며 공중도덕은 끼리끼리 먹는 공중도덕에 학을 떼며 보는 일 다만 이 거리가 아프다 막창집 외등은 홀로 밝기만 하고 시끄러운 술잔은 점점 사그라든 이 골목 텅텅 빈 카페 의자가 바라보는 눈먼 벚나무에 눈처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없으니 빈 잔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거리였다 북의 아(鼓子)는 연일 바늘로 옷을 짜 깁고 입지 못해 바다에 던져버리니 대가리 터트린 물고기만 떠오르는 이 거리 고래 등을 업고 연 서문은 새우 간만 빼먹다 날밤 새우는 이 거리 막다른 골목으로 뛰어가는 개 고무를 보고 고무야 거기가 아니야 하며 소리 내지르는 이혼남을 안고 해부하는 이 참담한 거리, 거리에서 죽어 나가는 통뼈 통뼈들 빈터 한가운데 목덜미 땀 뻑떡뻑떡 흘러내려도 땡볕은 도로 꼼짝하지 않는 이 비열한 거리 짐이 귀신의 뜻을 좇아 빈 그릇 위에 오르고자 천지에 고하노니 검정 까마귀보다 검정 가마우지로 닫은 물 바닥을 열고 물어오는 피아노 소리에 벌써 뼛조각 하나 들고 이 쑤시는 어부의 눈빛은 정말 가슴 아프다 구석방에 홀로 닫아건 문을 열고 다시 눈 비비고 보아 언뜻 마주친 저기 저 저 뛰어가는 개 개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