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만한 물가 =육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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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1회 작성일 23-04-07 21:08본문
쉴 만한 물가
=육호수
당신과 개울을 건너다 나는 알아버렸지. 살아서 건너야할 개울이 이렇게 깊을 리 없다고. 그러나 당신이 앞으로, 앞으로 가자고 했으므로, 나는 앞으로 갔다. 가고자 했으나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당신은 이곳으로,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당신이 험한 곳에 있었으므로 나는 그곳으로 갔다. 가고자 했으나 닿지 않았다. 당신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만 향했으므로, 나는 혼자 돌아왔다. 돌아가고자 했으나 발이 닿지 않았다. 나를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라며 당신은, 물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배웅했다. 배웅하고자 했으나 눈과 코와 입이 막혀 하지 못했다.
개울을 건너 당신은 돌아왔다. “나도 내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당신이 말할 때, 나는 알아버렸지. 산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우리가 쉴 만한 물가를 떠나온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가 건너편으로 옮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당신에게 알리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이곳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당신과 나의 사이가 깊어서 누구도 살아서 그 사이를 건너지 못할 거라고. 나는 가고 있다. 발이 닿지 않아서 가지 못한다. 두려웠다, 두렵지 않다
얼띤感想文
천국과 지옥은 무엇으로 가름하는가? 아무도 찾지 않으면 이곳은 지옥이다. 나에게 지옥은 며칠이었고 또 천국 같은 날은 며칠이었나? 내가 지옥을 방문한 날은 과연 며칠이나 투자했으며 천국으로 이끈 손은 얼마나 길었을까? 지옥과 더불어 도로 순장殉葬한 나, 그건 오히려 퇴영적退嬰的 삶에 가깝다. 지옥을 벗어나는 일은 지옥과 더불어 하는 일 어쩌면 동화다. 동화 속 진취적인 어떤 그림을 모색할 때 발전이 있다. 만약 지옥을 피할 수 없다면 말이다.
오늘도 무덤을 파는 당신, 밤새 지렁이처럼 밤을 갉아 먹고 어둠에서 몸을 풀지는 않았을까? 아침은 아침이 아니라 내 모르는 새들의 지저귐 속에 함께 울지는 않았을까? 그 울음이 미처 가 닿지 않은 곳에서 맹목적 믿음 하나로 불신을 쌓으며 더욱 튼튼한 벽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개울은 마음이다. 얕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건널 수 있는 천에 불과하다. 그러나 마음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으니 접시에 놓인 물방울만 보아도 빠져 죽는 이가 있다는 건 영 거짓말은 아니겠다.
순요詢蕘라는 말이 있다. 나무꾼에게 묻는다. 묻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과시 따위도 없다. 먼저 물어보는 일은 참 현명한 처사다. 밥은 먹었느냐? 요즘 일은 어떤지? 상대가 궁금해서 묻는 것도 있겠지만, 배려 속에 묻은 자기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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