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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무게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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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7회 작성일 23-04-1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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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무게

=김승일

 

 

    어제는 아내가 교주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부자가 돼서 함께 사는 고양이에게 뭐를 더 사주고, 자기도 회사를 때려치울 수 있을 거라고. 제 아내는 제게 뭘 해보라고 권유하는 일이 잘 없는 사람입니다. 농담으로도 뭘 해보라고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걸 하면 부자가 될 것 같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떠들고. 간밤에 말한 것을 잊고, 아침에 출근하고 돌아와서 회사를 욕하고. 쉬어도 쉬어지지 않고. 뭘 먹으면 얹히고. 그러다 어제는 교주가 되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되기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보통은 뭘 해보라고 하면 생각해보겠다고 하는데. 사기꾼은 되기 싫어서 바로 싫다고 했습니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건강하게 장수하면 좋겠습니다. 회사 때문에 돌아버린 아내의 정신이 더 심각해져서, 고양이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가진 사랑스러움과 귀여움도 더는 포괄임금제 노동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헛것을 보게 되거나, 큰 병이 생겨 단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보다는 더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죽어가고 있는데 옆에 앉아서, 또르르 눈물을 떨구면서, 미안해. 내가, 교주를........할걸........제가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정말 미안해.......사기꾼이 될 수 없었어. 그게 딱 나를 위한 일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말을 하지도 않을 거고. 한다고 해도 속으로 잠깐 할 것 같습니다. 교주는 되지 않을 것이고. 그리하여 나는 후회인지 농담인지 모를 미래의 어떤 순간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鵲巢感想文

    이 시는 독백이다. 시인의 현재 마음을 잘 묘사한다. 지금 어떤 상황이며 그 상황이 몰고 오는 자아의 무게감을 잘 표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시어를 든다면 당연히 아내와 교주, 그리고 고양이겠다. 아내我乃, 나로부터 마침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묘사하며 교주校註.校注는 문장 따위를 교정하여 주석한다는 일, 고양이는 시 객체다. 아내에서 내,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내무내문乃武乃文 문무를 아울러 갖추는 일로 임금의 덕을 높인다. 현대사회는 모두가 군주나 다름없다. 모두 가진 짐이 무겁고 헤쳐나가는 길 또한 각기 다르지만 문무를 잘 겸비해도 살아가기 힘든 사회임은 분명한 거 같다. 누구나 부자를 꿈꾸고 돈을 잘 쓰고 싶지만, 참 힘든 일이며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처럼 짐으로 안고 가는 것이 돈에 관한 문제인 듯하다. 그러므로 시인은 잘 다니는 회사도 때려치우고 싶고 교주가 아닌 교주처럼 그러니까 한때 사회의 악이었던 그러나 그 사람은 한 시대를 풍미했을지는 모르나 여러 사람의 아픔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교주가 언뜻 떠오르기도 했지만 역시 시인은 시 사랑이며 고양이를 아낄 줄 아는 명인이다. 고양이 묘. 1970년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떠오른다. 검정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경제 정책의 일환이었다. 어쨌든 여기서도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는 시에서도 교주가 따라붙는 흑묘백묘에다가 흑묘백묘에서 진정 쥐를 낚아 올리는 것들도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지금 출타 중이고 이 지면은 여러 군상만 보며 있는 것이 미래의 어떤 순간, 순간들을 상상하며 후회인지 농담인지 하나의 시를 마감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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