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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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4회 작성일 23-04-16 20:56본문
만월
=송재학
여기까지 물의 폭죽이 튀었다
물 水 자가 번지는 넓이만큼
민물고기 떼인지 새 떼인지
몰려들어 반죽이거나
실패가 되는 달
잠든 물고기의 눈을 닮아야 하는 달
손발이 없기에
어금니를 깨물더니
해진 몸을 굴려 아프다면서
한 뼘씩 겨우 움직이는 달
상한 열매가 매달린 것처럼
조금 모서리가 부서지거나
얼룩덜룩해져도
복화술을 배우면서
북회귀선의 이야기를 지나가면
어김없이
아가미가 생기려는 달의 규칙
가엾게도 식구도 그림자도 없다
달무리만 남은 생각 속에는
그냥 밤하늘의 벌레/불행을 대신하려는 달
그 역시 아름다운 표면을
영원히 멈추지 못하는 달
얼띤感想文
초저녁 한 시간 남짓 여 인근을 뛰었다. 농로와 더불어 자연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해가 지고 하늘엔 잿빛 구름 한 뭉텅이 떠 있는 광경을 보고 아! 지구는 참 아름답다. 이 행성에 생물이 나고 분화와 진화의 끝에 인간이 나고 기이하고 묘하다. 아직 뛸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이 한순간임을 깨닫는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어느 간행물 봄호, 펼치니 존경하는 시인 한 분 시 한 수 ‘만월’이 보여 읽는다. 만월滿月은 보름달 그러니까 꽉 찬 달(盈月) 다른 말로 하면 만삭滿朔, 만삭으로 쓰일 때도 있다. 그러니까 출산이 임박한 시점이다. 시의 탄생 그 순간을 묘사한다.
여기까지 물의 폭죽이 튀었다. 지금 이 시가 나오기까지다. 폭죽으로 비유한 것을 생각하면 사정의 순간은 희열의 극치일 수도 있으니 시인으로서 감격의 순간이기도 하다. 물 水 자가 번지는 넓이만큼 거의 동서남북 가릴 곳 하나 없다. 탁 튀었으니까 대개 순발적이며 난발이 아닌 난발이 되어 버린다.
민물고기 떼인지 새 떼인지 몰려들어 반죽이거나 실패가 되는 달, 자연현상과 글의 맵시가 중첩된다. 만월이 수평선을 꿰뚫고 오른 상황과 여러 이물질의 행간이 지워지거나 떠오르거나 하는 것까지 자연을 끌어다 놓는 시인, 반죽은 아직 굳음의 세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적 묘사 실패는 실패失敗가 아니라 실패失牌 근본을 이루는 하나의 표본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겠다.
반죽이라는 시어가 참 재밌게 닿는다. 반은 어근으로 신神의 뜻으로 쓰일 때가 있다. 우리의 인사말 ‘반갑습니다’는 ‘반 같습니다’ 당신을 만나 신처럼 대하니 반갑고 반하다에서 뭔가 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반죽이라 하니 신적 세계에 이르기에는 조금 미흡하거나 가까운 상태처럼 읽히기도 해서,
그러므로 어금니를 깨물더니 해진 몸을 굴려 아프다면서 한 뼘씩 겨우 움직이는 달, 어떤 산고의 어려움마저 끌어다 놓았다. 해진海震은 바닷물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여기서는 모든 언어의 꽃이라 불리는 시의 융성隆盛의 한 과정을 묘사한다. 한 뼘씩은 엄지손가락에서 집게까지 거리 즉 손을 묘사하며 손으로 깎은 달이다.
조금 모서리가 부서지거나 얼룩덜룩해져도 복화술을 배우면서 북회귀선의 이야기를 지나가면 어김없이 아가미가 생기려는 달의 규칙, 시의 첨삭과정添削過程을 얘기한다. 둥글고 원만한 작품은 복화술을 거치고 북회귀선北回歸線(하나의 경계점에서 다시 돌아간다는 면을 잘 묘사한 함축적 시어임은 틀림없다) 즉 작가와의 끊임없는 질의와 응답만이 원만한 만월이 될 것이며 만삭은 폭죽처럼 터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가엾게도 식구도 그림자도 없다고 하며 달무리만 남은 생각 속에는 그냥 밤하늘의 벌레/불행을 대신하려는 달 그 역시 아름다운 표면을 영원히 멈추지 못하는 달이라 명명한다. 이는 곧 달의 생명력을 말한다. 출현과 소멸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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