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돼지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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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3-04-19 22:27본문
뭉크의 돼지
=허 연
가끔 내 상상력 밖에 있는 괴물들이 나오는 영화를 본다. 그때마다 언젠가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던 돼지가 떠오른다. 십수 년 전 돼지 파동 났을 때 그 돼지. 사료 값 안 나온다고 들에 내버려진 돼지. 들개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던 돼지. 오래 굶어 코만 돼지고 몸매는 개를 닮았던 그 돼지. 뭉크의 그림 같던 돼지. 비난받아온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더 깊이가 있었던 날. 아주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던 그날이 요즘 부쩍 생각난다. 수요 공급 곡선을 이탈하면 괴물이 되는 것일까. 오늘도 여전히 돼지는 불쌍하다. 꼬리의 꼬리를 문 돼지가 땅속으로 들어간다.
얼띤感想文
돼지는 인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육류 중 가장 많은 것을 제공하니까 저猪, 제諸라는 음가를 생각한다면 모든 고기 중 가장 으뜸이다. 돼지는 머리부터 사람에게 얽힌 짐승이라는 뜻에서 음가 해亥(머리 두亠+얽힐 구丩+사람 인人) 고기를 뜻할 땐 돈豚 육달월이라는 부수가 쓰인다. 그리고 새끼를 많이 낳으므로 혹은 잡은 돼지를 매달은 모습에서 딴 시豕라는 한자가 있고 돼지는 개와 달리 천천히 따라가서 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좇을 축逐이 있다.
이 시에서 괴물과 대조적으로 쓰인 시어는 돼지다. 돼지가 완벽한 상품성을 지녔다면 괴물은 그야말로 수요와 공급 곡선을 이탈한 다시 말하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떤 대상물이다. 시인께서 말한 십수 년 전 돼지 파동 났을 때 그 돼지, 옛 생각에서 따온 하나의 상품성을 지녔던 시, 사료 값 안 나온다고 들에 내 버려진 돼지, 밥값도 안 나오는 상품성 그야말로 무 가치적인 시豕, 들개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던 돼지 동인처럼 어울려 부르짖었던 상품성까지 오래 굶어 코만 돼지고 몸매는 개를 닮았던 그 돼지, 시라고 썼지만 빈약하기 그지없는 시豕 뭉크의 그림 같던 돼지 그야말로 절규한 시豕, 비난받아온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더 깊이가 있었던 날 역시 시豕는 시니까, 오늘따라 시 하나 생각나는 시인,
오늘도 여전히 돼지는 불쌍하다. 꼬리의 꼬리를 문 돼지가 지면紙面(땅)에 들어가니까
봉시장사封豕長蛇 식욕이 왕성해서 탐욕스러웠다면 계돈동사鷄豚同社 그래도 같은 취향 서로 친목삼아 노는 물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너무 시만 쫓다가 산을 놓칠까 두렵긴 하지만 저돌적猪突的으로 언뜻 한 수 쳐올리며 신해혁명辛亥革命 같은 시豕 돼지만 꿈꿔본다. 에휴 제육볶음에 詩가 아닌 술이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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