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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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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회 작성일 23-04-20 20:44

본문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박찬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기로 한다 나도 잊기로 한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오이 당근을 파느라 감자 고구마를 파느라 양파를 파느라 시금치 마늘을 파느라 푸른 트럭에서 나는 수박 참외를 파느라 토마토 사과 귤을 파느라 배를 파느라 계란을 파느라 정신이 없다. 이면수 꽁치를 파느라 조기를 파느라 고등어를 파느라 푸른 트럭에서 푸른 트럭을 파느라 푸른 트럭만 남기고 파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녹음기에 녹음하느라 녹음기를 켜놓느라 싱싱한 야채 있습니다 싱싱한 과일 있습니다 싱싱한 계란 있습니다 싱싱한 생선 있습니다 정신이 없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정신이 없다 푸른 트럭에서 나는 그대들 전부를 잊었다 나도 잊었다 푸른 트럭으로 사라지려고 한다 푸른 트럭을 몰고 사라지려고 한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푸른 트럭에 있다 정신이 없다

    나는 포도주를 마신다 푸른 트럭에서 포도주를 마신다 야채를 팔아 과일을 팔아 계란을 팔아 생선을 팔아 포도주를 마신다 포도주만 마신다 정신이 없다 사람들아 미안하다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푸른 트럭에서 팔러 다닌다 푸른 트럭을 팔러 다닌다 푸른 트럭만 빼고 팔러 다닌다 푸른 트럭에서 마신다 붉은 포도주를 마신다 그와 함께 붉은 포도주를 마신다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박찬일 시집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민음사, 2002)

 

   얼띤感想文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푸른 트럭과 팔고 있다 파느라 갖가지 상품을 나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시어는 판다는 것에 있다. 무엇을 파는 행위는 그 뒤에 명예가 숨겨져 있다. 굳이 한자로 표현한다면 팔 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역시 음가는 같지만, 뜻이 다른 매. 산다는 개념 매를 파자破字하면 넉 사와 조개 패. 넉 사는 사방팔방의 그 사다. 그러니까 여러 방향을 의미한다. 여러 곳 두루 다니며 사는 행위를 압축한다. 그러면 파는 행위는 선비 사자가 하나 더 붙었다. 내가 지닌 상품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이므로 선비적 명예와 권위가 있다. 가령 읽을 독을 보면 말씀을 보내는 것이므로 전달의 의미가 있듯이 물론 여기에도 독자가 읽는 것이지만 사실 저자의 선비적이며 명예와 권위가 묻어나 있으므로 음가 독이자 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외 속죄하다 할 때 속과 이을 속도 묻은 속뜻은 비슷하다.

    푸른 트럭은 많은 것이 실려 있다. 오이며 달걀이며 감자며 고구마며 당근에다가 양파, 수박, 참외 심지어 포도주까지 있다. 신선한 채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갖가지 물건의 배합이다. 푸른 트럭은 시적 주체로 보면 전부다. 그것뿐인가 푸른 트럭을 향해 몰려든 사람까지 푸른 트럭에 소속한 개체며 인간관계의 형성을 이룬다. 즉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푸른 트럭만 빼고 모든 것을 파는 주체적 행위를 진술하지만 푸른 트럭에 한정된 어떤 막막한 감정까지 묻어나 있다. 탁 막힌 공간에 대한 외부생활에 대한 단절, 그 오묘한 감정이 잘 살려나 있는 작품으로, 포도鋪道 즉 잘 닦은 길이 아닌 협소하고 거칠기만 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룬다. 낭만을 찾고 싶지만, 억압 아닌 억압적 눌림의 세계에서 탈피하고픈 기술 포도주만 찾는다. 맨정신이 아니다. 붉은 포도주, ! 이 밤 그 포도주 함께 마시고 싶다. 모든 걸 젖혀두고 모든 걸 내려놓고 마구 한 잔씩 따라 마시며 이 세상 순간 단절하고픈 마음이 통한다.

    다만, 나는 아직도 푸른 트럭을 탔다는 점, 그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겠다. 오로지 포도-(鋪道-)에 대한 희망, 그 점을 안고 미안하다 사람들아 나는 여전히 진행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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