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를 통해=안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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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3-04-20 21:35본문
공터를 통해
=안태운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얼띤感想文
공터면 터 허墟다. 허墟는 그 자체가 비어 있는 땅이다. 흙 토土에 빌 허虛가 붙은 합성문자다. 허묘墟墓와 폐허廢墟는 모두 터 허墟가 들어간다. 빌 허虛를 파자하면 호피 무늬 호虍에 일 업业으로 이룬다. 호피 무늬는 점 복卜에 기슭 엄厂에 일곱 칠七로 이룬다. 어떤 기운만 있고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다. 일곱 칠七은 완성과 완벽에 가까운 성체를 상징한다. 빈 것(虛)은 일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시어는 공터다. 다음은 옆 사람과 흰 개를 들 수 있겠다. 공터는 누구나 오갈 수 있는 장소다. 그러니까 시를 상징한다. 옆 사람은 불특정 다수를 의미하며 흰 개는 지면을 제유한다. 시적 주체인 나는 공터에 있다. 공터에서 옆 사람과 옆 사람의 과거를 들으며 시적 주체인 나를 찾고 있는 셈이다. 부르짖음 그것은 부르짖을 호號 이는 이름 호号에 범 호虎로 이룬다. 부르짖는 것은 호랑이 부르듯이 이름을 부르는 것, 어떤 용맹함이 들어가 있다. 즉 나를 과감히 찾는 행위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며 걷고 걷는다. 그것은 옆 사람과 소통이지만 정말 바라는 건 과거의 일로 나 자신을 찾는 것이겠다. 그 과거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시인이니까 글에 대한 미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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